[사설] 방한 앞둔 트럼프의 ‘안보 청구서’, 우리 정부는 대책 세웠나

입력
2019.06.27 04:40
31면
2017년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해 한미 양국 장병들의 환호에 인사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해 한미 양국 장병들의 환호에 인사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등 ‘안보 청구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추가 분담금 요구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안전 비용’도 새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조만간 맞닥뜨릴 상황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설득을 포함한 치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상했던 대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24일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적으로 방위비 분담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하길 희망한다”며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 시작될 새 분담금 협상에 앞서 분담금 인상을 노골화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 공조 체제와 한미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돈을 더 받아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를 실감케 한다.

방위비 분담금은 1991년 도입 이래 매년 한 자릿수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일관된 원칙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되 증액은 4% 이내 유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협상에서 미국은 상식 수준을 넘는 인상액을 들고 나와 결국 8.2%나 오른 1조389억원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분담금 유효기간도 미국 요구에 따라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당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때라 우리 정부가 대폭 양보한 결과지만 국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대 이란 추가 제재 발표 직전 트위터를 통해 “모든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자국 선박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심상치 않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은 물론 한국ㆍ일본과 같은 나라도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해상 원유 수송 보호비’를 청구하려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패권과 동북아 전략적 이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타 동맹국과 비교해 한국의 분담금 비율도 상위 수준이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런 부분을 적극 설득하는 한편, 과도한 요구가 한미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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