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은 상산고 아닌 서울 13개 자사고”

입력
2019.06.26 04:40
수정
2019.06.26 07: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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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혜 “청와대에 강한 유감” 정부 관계자 “서울 자사고가 최대 전쟁터” 

 서울 재지정 평가 대상 13개 자사고 중 대거 일반고로 전환될 듯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11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11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청와대가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 부(不)동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 수장으로서 자사고 재지정 여부가 ‘정치적 판단’이 아닌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견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놓고 정치적 고려를 한다는 비판을 막기 위한 ‘의도적 선 긋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애초 일반고 전환 타깃으로 삼았던 자사고는 주로 상산고와 같은 전국단위 자사고가 아니라 다음달 초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서울 지역 13개 자사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지역 거점 형태 학교(전국단위 자사고)들이 아닌 서울 지역의 자사고 평가를 최대 전쟁터라고 보고 있다”며 “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문제는 다음달 12일에 넘어오면 교육부에서 19일 전에는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당시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사고 진입 장벽이 낮을 때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 지역에서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될 학교들이 대거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교육청에서 서울 지역 자사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론을 내릴 경우 상산고와 달리, 교육부가 이 결정을 뒤집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올해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서울 소재다.

앞서 지난 24일 유 부총리는 세종시에서 교육부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가 상산고 지정 취소에 대해 부동의로 가닥을 잡았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청와대에서 지시가 있는 것처럼 왜곡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권한은 교육부에 있고 교육부장관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고, (교육청 측)자료도 못 봤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지정 취소 여부 결정을) 할 수도 없다”고 청와대와의 조율을 부인했다.

유 부총리가 이례적으로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은, 남은 자사고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절차적 정당성과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지역 13개 자사고 평가 결과 발표에 앞서 교육부가 벌써부터 청와대 입김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취하면 평가 결과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실제 이 자리에서 “(자사고는) 정치적으로 담판 지어서 할 문제나 절차 생략하고 할 문제가 아닌 게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또 정부가 모든 자사고를 무조건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기관화된 자사고들만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제시한다는 취지로 자사고를 설립했는데, 특히 서울 같은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갑자기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우수한 학생이 집중됐다”며 “고등학교 서열화 등 우리 교육 시스템 전반이 왜곡됐다는 게 우리 자사고 10년의 평가”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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