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엄벌청원 20만명 돌파… 고유정 사형선고 가능할까

입력
2019.06.25 16:45
수정
2019.06.25 20: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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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따라 실제 고씨에게 사형 선고가 가능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유족이 7일 청와대에 올린 국민 청원은 17일 만인 23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한 달간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청원에 대해서는 공식답변을 발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 입장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사형 선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형법 제250조는 사람을 살해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양형기준 상 중대범죄가 결합된 살인부터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며, 원한관계ㆍ가정불화 등에 기인한 살인(보통동기 살인)이나 보복살인ㆍ금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등 동기에 있어 비난할만한 사유가 있는 살인은 계획여부 등이 입증돼 가중처벌될 경우에 한해서만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생명을 빼앗는 형벌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도 엽기적인 살해 방법과 고의성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씨의 경우 정확한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남편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까지 한 만큼 살해 과정 자체만으로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발생한 흉악범죄의 선고 결과_신동준 기자/2019-06-2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발생한 흉악범죄의 선고 결과_신동준 기자/2019-06-25(한국일보)

다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상급심에서 사형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최근 사형 여론이 들끓었던 살인 사건에서도 사형 선고가 없지 않았으나 최종심까지 유지된 적은 거의 없었다.

중학생인 딸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37) 사건이 대표적이다. 1심 재판부는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범행을 (또)저지르기 충분해 보인다”는 재범 가능성을 언급하며 “가석방이나 사면을 제외한 절대적 종신형이 없는 상태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2012년 경기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토막 살인한 오원춘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1심에서는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난사로 5명을 숨지게 한 임모(27) 병장에게 2016년 2월 대법원이 사형을 최종 확정한 이후로는 사형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고유정 사건이 사형제 폐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 찬성 여론이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1997년 12월30일 이후 22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우리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 폐지 논의에 앞서 가석방이나 사면이 제외되는 절대적 종신형 등의 도입을 통한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학 사건의 1심 재판부도 가석방이나 사면 가능성이 높은 무기징역을 사형 바로 다음 처벌형으로 규정한 법규를 문제 삼았다. 여론조사에서도 ‘대체형벌을 마련 한 뒤 사형제 폐지’라는 의견에 일반 국민의 3분의2 가량이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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