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2년 전 ‘우리의 세계’(6.25)

입력
2019.06.25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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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월 25일, 인류 최초 전세계 위성 동시 생중계 방송의 마지막 무대에서 비틀즈는 신곡 'All You Need Is Love'를 발표했다. 롤링스톤스와 에릭 클랩튼 등이 스튜디오 초대 손님이었고, 세계 7억 인구가 그 라이브 공연을 시청했다. thebeatles.com
1967년 6월 25일, 인류 최초 전세계 위성 동시 생중계 방송의 마지막 무대에서 비틀즈는 신곡 'All You Need Is Love'를 발표했다. 롤링스톤스와 에릭 클랩튼 등이 스튜디오 초대 손님이었고, 세계 7억 인구가 그 라이브 공연을 시청했다. thebeatles.com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 1917~2008)가 1945년 처음 제기한 지구 정지궤도 위성을 활용한 통신중계의 가능성이, 22년 만인 1967년 6월 25일 가장 극적인 형태로 구현됐다. 정지궤도 통신위성 4개가 중계한 지구 최초 5대륙 동시 위성 TV 생중계 프로그램 ‘Our World’가 방영된 거였다. 유럽방송연맹(EBU) 주관하에 영국 국영방송 BBC가 제작 감독을 총괄했고, 유럽과 미국 캐나다, 라틴아메리카의 멕시코, 북아프리카 튀니지, 호주와 일본 등 14개국이 자국 방송 설비로 프로그램을 현지 제작해 24개국에 방송을 송출했다.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개인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손쉽게 행할 수 있는 일이 됐지만, 당시의 ‘Our World’는 케이블 없이 무선 전파로 지구를 하나로 엮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언론학자 마셜 맥루한은 캐나다(CBC-TV)에 할당된 프로그램에 출연,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듯 들뜬 어조로 인터뷰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긍정적 가능성을 언급할 때면 뒤따르는 주장들, 즉 기술 진보에 바탕을 둔 소통(미디어) 채널의 확장과 이해ᆞ공감의 확산, 자유, 평화, 민주주의 등이 그 프로그램의 취지였다. 통신위성 방송 기술의 급진적 실용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도 물론 그 계산 안에 있었을 것이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정치인의 출연은 금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일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과 소비에트 알렉세이 코시긴 소련 수상의 협상 뉴스도 뉴저지의 회담장 건물 화면으로만 처리됐다. 앞서 소련과 동구 국가들도 그 방송에 동참할 예정이었지만,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 1967.6)에 항의, 일주일 전에 돌연 거부한 바 있었다.

2시간30분짜리 방송에는 화가 피카소와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 등 세계적 스타들이 출연했다. 빈 소년합창단이 오프닝 무대를 맡았고, 마지막 무대는 영국 팝그룹 비틀스의 신곡 ‘All You Need Is Love’의 라이브 공연이었다. 당시는 베트남전쟁과 반전운동이 한창이던 때였다. 공연은 최소 3억5,000만명(최대 7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지구 동시 위성 생중계 원년의 최고 스타는 비틀스가 아니라 2년 뒤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미국 아폴로 달 탐사선의 우주인들이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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