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사태, 노ㆍ정 파국은 피해야 한다

입력
2019.06.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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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민주노총 수도권 지역 간부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전날 구속된 김명환 위원장의 석방과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1일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되면서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은 지난해와 올해 4차례에 걸쳐 국회 앞 집회를 주도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폭행하고 차단벽을 넘어 국회 경내에 진입하도록 한 혐의로 김 위원장에 청구된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등 3명이 구속 상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던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 구속을 “촛불정부를 포기하고 재벌존중, 재벌특혜 사회로 가자는 것”이라고 단정한 민주노총은 일상적인 사업을 최소화하면서 전국노동자대회, 총파업 등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의 반발은 단지 위원장 구속의 충격 때문은 아닐 것이다. 노동계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창출한 문재인 정부가 약속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 가는데 대해 쌓인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산입범위 개편으로 물타기 된 최저임금은 당정이 나서서 인상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인 데다, 노동계 숙원이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부지하세월이다. 특히 시행 1년도 안 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정부로서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을 위한 주 52시간제 시행, 2년 연속 10%대 최저임금 인상 등 사용자 측의 비판을 무릅쓰고 일궈낸 노동정책이 없지 않다. 노동계에 개악으로 비치는 일부 법제 개정 움직임이나 ILO 핵심협약 비준은 결정권이 국회에 있어 정부에 모든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반발이 격화돼 현재 참여 중인 일자리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의 사회적 대화까지 거부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빛이 바래고 만다. 청와대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노동계를 보듬어 안고 가야 하는 이유다. 대선 공약과 달리 주춤했던 노동정책이 무엇인지 되짚어 태도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도 투쟁만 앞세우기보다 대화로 정부의 정책을 견인해 내는 것이 실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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