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리한 상임위만 열고 국회 정상화는 안 한다는 한국당

입력
2019.06.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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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주요 현안이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만 선별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나 원내대표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 하는 모습. /고영권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주요 현안이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만 선별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나 원내대표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 하는 모습. /고영권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까지 여야 간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안 되면 추경 시정연설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국회 상임위 선별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는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한국당은 국회에서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 붉은 수돗물 사태 등 주요 현안이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만 선별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국회 전체의 정상화는 계속 거부하면서 북한 선박 입항과 관련한 청와대 은폐 의혹,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 규명 등을 위한 상임위만 열겠다는 주장이다. 나 대표는 “해당 상임위가 열린다 해도 상임위 전체 현안이 아니라 해당 이슈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좋은 이슈가 있는 상임위만 열어 실정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법안과 유치원 3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국회로 넘어온 지 60일이 넘도록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 4당이 소집한 6월 임시국회가 20일부터 시작됐지만 한국당의 몽니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당이 ‘할 일’은 민생국회를 외면하면서 정부 공격의 호재만 좇을 게 아니라 ‘반쪽 국회’를 정상화해 시급한 민생ㆍ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경제실정 청문회나 붉은 수돗물 사태 등은 국회 정상화 후 관련 상임위에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한국당은 당초 패스트트랙 사과 및 철회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난데없이 경제청문회를 들고 나왔다. 민생 현안인 추경과 정치 공세 성격이 강한 경제청문회 연계에 비난이 쏟아지자 이번에는 한국당에 유리한 상임위만 선별적으로 열겠다고 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략적 이익만 취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국당의 무차별 발목잡기를 국민이 무한정 용납할 리 없다. 한국당이 공존의 정치를 계속 거부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보나 마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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