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대세’ vs ‘반란’…‘춘란배’ 결승, ‘양박’ 맞대결 전운

입력
2019.06.22 04:40

<67>25~28일 열릴 ’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 박정환 9단 vs 박영훈 9단 맞대결

박정환 9단, 사실상 국내 랭킹 1위…크고 작은 세계대회 우승컵만 9개

박영훈 9단, 랭킹 7위로 세계대회 타이틀 3개…지난해 몽백합 대회 결승 패배의 설욕 기회

지난해 1월 중국 장쑤성(江?省) 루가오(如?市)시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던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 결승에서 박정환(오른쪽)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승리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이 대회에서 박영훈 9단에게 3전3승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1월 중국 장쑤성(江?省) 루가오(如?市)시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던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 결승에서 박정환(오른쪽)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승리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이 대회에서 박영훈 9단에게 3전3승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국기원 제공

“도무지 약점을 못 찾겠다.”

긴장감은 상대방에 대한 공통된 사전 분석에서부터 감지됐다. 큰 승부를 앞둔 선수들의 고민이 그대로 읽혔다. 현재권력과 배테랑의 형제 대국으로 좁혀진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15만 달러·약 1억7,700만원) 결승전 진출 기사들의 임전소감은 그랬다. 올해 춘란배는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泰州)시 춘란국빈관(春兰国宾馆)에서 한국 바둑계 대세인 박정환(26) 9단과 배테랑의 반란을 꿈꾸는 박영훈(34) 9단의 3번기(3전2선승제) 형제 맞대결로 진행된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에선 박정환 9단이 한 수 위다. 6월 기준, 국내 랭킹 1위 자리를 후배인 신진서(19) 9단에게 내주고 ‘넘버 2’로 밀려났지만 박정환 9단이 실질적인 국내 바둑계 ‘현재권력’이란 데 이견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환 9단이 그 동안 크고 작은 세계대회에서 수집한 우승컵은 모두 9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월드바둑챔피언십’(2,000만엔·약 2억260만원) 3연패 달성한 박정환 9단은 2018~19 CCTV 한중일 하세배 바둑 쟁패전’(80만위안·약1억3,000만원)에서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 열렸던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5,000만원)에서도 우승컵 가져왔다. 본격 세계대회 성적도 박영훈 9단에게 앞서 있다. 박정환 9단은 지난해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180만위안·약 3억원) 우승을 포함해 2015년 ‘제1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억원)과 2011년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2,000만엔·약 2억200만원) 타이틀도 수집했다.

이에 반해 국내 랭킹 7위인 박영훈 9단이 보유한 세계대회 우승컵은 3개다. 2004년과 2007년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한 박영훈 9단은 2005년 초대 ‘중환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200만 대만위안·약 7,000만원) 챔피언으로 기록돼 있다.

승률에서 또한 차이를 보인다. 22일 기준 현재 박정환 9단은 781승271패(승률 74.24%)를 기록 중인 반면 박영훈 9단은 972승466패(67.59%)에 머물러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성적에선 박정환 9단은 29승11패(72.5%)를, 박영훈 9단은 12승8패(60%)를 각각 거두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전적에서 박정환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17승8패로 우위에 서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본격 세계기전에서의 우승컵에 목말라 있다는 점에선 비슷한 처지다. 특히 박정환 9단의 경우, 현재 세계 바둑계 라이벌인 커제(22) 9단에 비해 열세인 본격 세계기전 타이틀 획득이 절실하다. 커제 9단은 2015년부터 매년 세계 종합기전 우승컵을 수집 중이다. 실제 ‘2015 백령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약 1억7,000만원)를 시작으로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3억원)와 ‘2016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3억원),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017 신아오배 세계바둑오픈전’(3억 7,000만원),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019 백령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는 커제 9단 소유다. 커제 9단은 이 가운데 ‘백령배(2019년)’와 ‘삼성화재배’(2018년), ‘신아오배’(2017년) 등의 타이틀을 보유한 유일한 세계대회 3관왕이다.

표면적인 지표에서 앞선 박정환 9단이 상대방의 장,단점 분석에 집중,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정환 9단은 “박영훈 9단의 장점은 끝내기와 형세판단인 것 같다”며 “단점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정환 9단은 이어 “공부는 평소처럼 하고 있다”며 “후회가 남지 않게 잘 준비하고 집중해서 좋은 대국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정환 9단은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31회 TV바둑아시아 선수권대회’ 출전까지 포기하면서 이번 춘란배 결승에 올인 중이다.

박영훈 9단 역시 이번 춘란배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30대 중반에 진입한 상황을 고려하면 박영훈 9단에게 이후 세계대회 결승 진출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보장은 희박하다. 갚아야 할 빚도 있다. 지난해 벌어졌던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에 결승에 진출한 박영훈 9단에게 3패를 안기며 준우승의 쓰린 기억까지 새겨 준 장본인이 박정환 9단이다. 박영훈 9단에겐 사실상 본격 세계기전에서 설욕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박영훈 9단은 “상대가 잘 무너지지 않는 다는 게 강점이지만 결승전 준비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며 “박정환 9단이 너무 강하지만 좀처럼 오기 힘든 기회가 찾아온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박정환 9단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바둑 국가대표 감독인 목진석(39) 9단은 “랭킹이나 그 동안의 전적으로 볼 때는 박정환 9단이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박영훈 9단도 준비를 많이 했을 것”이라며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인 박정상(35) 9단은 “전력상 박정환 9단이 앞설 것으로 본다”면서도 “세계대회 준우승을 많이 해 본 박영훈 9단도 준비를 많이 해서 달려들 것”이라며 이번 춘란배 결승도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1999년부터 시작된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에서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5회, 덤 7집반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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