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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앞두고 ‘朴신당’ 추진 공론화
정치적 퇴행이지만 반면교사 될 수 있어
한국당, 분열 우려보다 ‘다른 길’ 찾아야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신당’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시기와 규모와 정치적 영향력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박근혜 신당’의 출범을 기대한다. ‘박근혜 신당’ 창당은 그 자체로 가뜩이나 볼품 없는 한국 정치의 또 한번의 퇴행이겠지만 역설적으로 그 결과는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신당’은 실제 당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창당할 수 있다. 대한애국당 공동대표인 조원진ㆍ홍문종 의원의 기세로 볼 때 중앙당과 시도당에서 각각 200명, 100명 이상의 발기인을 모아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5곳 이상에서 시도당을 만들며, 각 시도당에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현행 정당법상의 창당 요건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조ㆍ홍 두 의원은 자신감이 넘친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추석 전에 박 전 대통령의 지지 메시지를 받아 35명 이상의 의원을 확보한 뒤 기호 3번을 달고 ‘문재인 대 박근혜’ 총선으로 치르겠단다. 홍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간다. 내년 총선 간판으로 이승만ㆍ박정희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우겠단다. 50명 이상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신당에 참여하면서 한국당은 두 쪽이 날 거란다.

두 의원은 신당 명칭으로 ‘○○공화당’을 상정하고 있다. 별칭으로는 ‘박근혜 신당’이나 ‘태극기 신당’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 이들이 의지하는 ‘태극기 부대’는 박 전 대통령은 죄가 없고 탄핵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 무죄석방 촉구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집회에는 성조기는 물론, 일장기나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발언자들은 예외없이 문재인 정권을 친북ㆍ좌파 독재라고 비난한다.

‘박근혜 신당’이 진짜 만들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박근혜 신당’ 추진 세력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쏟아내는 험한 말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한국당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저버린 패륜 집단으로, 좌파독재를 견제하지 못하는 무능 집단으로 인식시키는 것을 보수진영의 대표선수가 되는 길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신당’이 출범하면 조 의원의 말처럼 내년 총선은 ‘문재인 대 박근혜’의 실질적인 2라운드가 될 수도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진박’을 감별해 내며 ‘박근혜 총선’을 치렀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으로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진 2017년 대선은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대선’이었다.

‘문재인 대 박근혜’ 2라운드는 당위적으로 꼭 필요하다. 지금의 정치 지형으로는 경제든 외교ㆍ안보든 복지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여야 간 생산적 정책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게 20대 국회의 성적표에서 확인됐다. 연인원 수천만 명이 촛불을 들었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탄핵을 불법이라고 당당하게 매도하는 건 현 정부에 대한 부정을 넘어 대한민국 헌법과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중 몇몇이 ‘박근혜’ 이름 석 자를 앞세운 채 이런 주장을 하고, 제1 야당은 차마 거기까지는 가지 못하되 당장의 목소리가 큰 태극기 부대의 눈치를 본다.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조 의원이 ‘박근혜 신당’ 추진에 앞장서는 이유를 지역구(대구 달서병)의 이해관계로, 홍 의원의 애국당 합류를 한국당에서의 공천 탈락 우려 때문으로 보는 비판은 잠시 밀쳐두고자 한다. 한국당도 야권 분열 걱정에 앞서 ‘다른 길’을 모색해 국민 지지를 더 받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08년 총선 당시 ‘친박연대’의 성공은 박근혜가 미래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박근혜 신당’ 추진 세력의 분투를 기대한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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