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파인더] 기관 따라 최대 0.8%P 차… 경제성장률 전망이 제각각인 이유는

입력
2019.06.20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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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경진 기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경진 기자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 투자은행(IB)이 줄줄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지만, 기관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가 0.8%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전망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전망치는 정교한 분석에 근거했다기보단 해당 기관의 주관이 객관적 수치로 포장됐을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성장률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는 실질 기준 1,807조원이다. 정부 전망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2.6~2.7% 성장한다면, 올해 GDP가 지난해 대비 47조~49조원가량 늘어난다는 얘기다.

대체로 우리나라가 올해 2%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거라 예측해온 국내외 기관들은 최근 일제히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언제 타결될지 알 수 없는 미중 무역분쟁 △그에 따른 수출 감소 △수출 효자인 반도체 가격의 급락 △1분기 마이너스 성장(-0.4%) △최저임금 급등과 같은 정책 요인을 성장세 약화 요인으로 꼽았다.

분석은 대동소이하지만 도출된 전망 수치는 기관별로 차이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정부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전망치인 2.6%를 제시한 반면, 노무라금융투자는 우리 경제가 1.8%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무려 0.8%포인트 차이다. 조정 폭의 격차도 상당하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0.1%포인트(2.6→2.5%) 조정에 그쳤지만,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0.5%포인트(2.5→2.0%)나 낮췄다.

같은 한국 경제를 두고 성장률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GDP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GDP는 정부지출(G)에 소비(C)와 투자(I)를 합산한 값에서 초과세수(T)를 제외하고, 여기에 수출(Ex)과 수입(Im)의 차이를 의미하는 순수출을 더해 구한다.(GDP=G+C+I-T+Ex-Im) 상수인 정부지출(G)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확한 예측이 힘든 변수다. 예컨대 한국의 올해 수출(Ex)을 전망할 때 반도체 가격 회복 시기를 올해로 보는지, 내년으로 보는지에 따라 전체 성장률 전망치가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란 것이다. 물론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어떤 변수도 흐름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해도 전망치 차이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평가가 적잖다. 일부 기관은 분석 근거 자체가 정교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치의 경우 올해 우리 경제가 2.0% 성장한다면서도 별다른 설명 없이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2.6%씩 성장할 걸로 예측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국제기구나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은 분석 모형이 있지만 IB들은 분석 모형 없이 추세나 자료를 보고 감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없잖다”며 “그 결과가 꼭 틀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분석자의 주관이 대거 개입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부겠지만, IB들은 전망치를 내놓을 때 실제 결과를 맞히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애널리스트 개인의 존재감을 증폭시키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부정적 전망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근거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전망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참고자료가 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성장률 하락 추세를 인정하고 어떻게든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려 애쓰는 상황인데, 책임지지도 않을 일방적 주장이 적잖이 유포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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