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도쿄, 올림픽 이후 신설 경기장 적자 전망에 고심

입력
2019.06.09 16:00
수정
2019.06.09 18:5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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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에서 카누 스프린트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인 ‘바다의 숲 수상경기장’ 조감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에서 카누 스프린트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인 ‘바다의 숲 수상경기장’ 조감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2020년 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 개최지인 도쿄(東京)에선 새로 건설한 경기장의 향후 운영과 관련한 고민이 적지 않다. 1998년 나가노(長野) 동계올림픽 당시 건설한 봅슬레이ㆍ루지 경기장이 향후 유지ㆍ관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017년부터 사용이 중단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은 총 42곳으로, 이 중 기존 시설을 보수하거나 대회 이후 철거할 수 있는 가설 시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쿄도가 올림픽에 앞서 도내에 새롭게 건설하고 있는 6곳의 경기장 중 5곳에서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보트와 카누 스프린트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바다의 숲 수상경기장은 308억엔(약 3,363억원)을 들여 최근 완성됐다. 길이 2,000m, 폭 200m 규모의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일본 수도권의 유일한 경기장이지만 관람석 중 결승점 통과지점에 가까운 절반 정도만 지붕이 설치됐다. 경기장 건설 계획 과정에서 한때 1,038억엔으로 추산됐던 건설 비용이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491억엔→298억엔→308억엔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된 탓이다. 이에 당초 관람석 전체를 덮기로 했던 지붕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올림픽 이후에는 임시좌석 철거 등으로 유지비를 최대한 줄일 방침이지만, 도쿄도가 2017년 발표한 운영계획에 따르면 올림픽 이후 연간 1억5,800만엔의 적자가 전망된다. 도쿄도는 시민체험 행사 등을 개최해 이용객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20분 거리로 접근성이 나빠 이용객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건설하고 있는 카누 슬라럼 센터는 올림픽 이후 연간 7개 국제ㆍ국내대회를 유치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일본 국내 선수가 약 350명에 불과해 주로 래프팅 등 일반용 레저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초당 12톤에 달하는 흐르는 물을 만들기 위한 펌프 가동 등 전기요금 등을 고려하면 연간 약 1억8,600만엔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유일하게 흑자가 예상되는 곳은 배구 경기가 열리는 아리아케(有明) 아레나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데다 1만5,000석 이상의 관람석을 갖춰 향후 수익성이 높은 콘서트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연간 3억5,600만엔의 흑자가 예상된다.

이처럼 올림픽 이후에도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만 국제 수준의 경기장으로 건설되다 보니 대회 이후 일반인 이용에 적합하지 않는 시설이 생기고 이를 위한 유지ㆍ관리 비용이 크다는 점도 고민이다. 주민 복지 등을 위한 공공시설에 대해 민간 스포츠센터와 같은 높은 이용료를 책정하기 어려운 것도 수익 창출의 한계로 꼽히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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