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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과 지지층이 먼저” 감싸기 일상화
‘읍참마속’ 기강없어 기본ㆍ상식 논란 자초
촛불 대신 ‘책임과 유능한 겸손’ 앞세워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러 입장하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열린 5ㆍ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서 황 대표와 ‘악수 패싱’ 논란을 빚은 바 있다/류효진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져 민정수석실과 김태우 수사관 및 자유한국당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조국 수석 책임론이 비등하던 지난해 가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촛불의 상징’ ’개혁의 꽃’ 등 낯뜨거운 찬사로 앞다퉈 그를 감쌌다. ‘문 대통령 분신’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불순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즈음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순방 중이던 문 대통령이 SNS에 “믿어달라. 정의로운 나라, 국민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는 묘한 글을 올렸다. 조 수석 거취 문제가 정국의 초점이었던 때였던 만큼 이 글은 곧바로 대통령의 심경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귀국 후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수석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내놓은 메시지는 이런 추측을 민망하게 했다. “향후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감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지시에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렸다’는 소통수석의 판단을 추인한 셈이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이번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도마에 올랐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주미 대사관 외교관 후배로부터 3급 기밀인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빼돌려 공개하고 한국당이 이를 ‘구걸외교’ 공세의 소재로 삼아서다. 청와대 감찰로 기밀 유출 경위가 밝혀지면서 강 의원의 불법적 국익훼손 논란과 함께 외교부의 고질적인 기강해이 행태에 비판이 쏟아졌다. 일상화된 의전 실수와 일부 지역 대사의 갑질ㆍ추문 등은 그렇다 쳐도 국익 외교의 최전선인 주미 대사관에 구멍이 뚫린 것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보수 성향의 원로 외교관들도 통탄한 사건이다.

또다시 대통령 메시지는 논쟁적이었다. ‘1기 내각의 상징’인 강 장관과 최측근 경제통인 조윤제 주미대사에 대한 신임이 절대적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면 조직의 장에게 관리 책임을 묻고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대목을 건너뛴 채 공직기강의 확립과 복무자세의 일신, 보안관리만 강조했다. 외교기밀 유출을 사과했지만, 방점은 되레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 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를 꼬집는 데 있었다.

굳이 옛말을 떠올릴 것도 없이 기강은 위에서부터 바로잡아야 영(令)이 서는 법이다. 나라든 직장이든 가정이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내부부터 단속하는 게 상식이다. 읍참마속이란 고사성어가 왜 나왔겠는가.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통령 사람들’ 사례에서 보듯 문 대통령은 내 사람의 허물을 못 본 체하고 파생된 결과만 탓해 반발과 갈등을 키웠다. “국정을 담당해 봤고, 앞으로도 담당하려는 정당이라면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는 요청에 야당이 즉각 “민생과 안보를 팽개치고 정쟁을 부추기며 기본과 상식을 지키지 않는 분이 누구냐”고 반격한 이유다.

문 대통령의 말이 핵심을 피해 가거나 순서를 뒤바꾼 경우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ㆍ탈원전ㆍ복지ㆍ한반도평화 등의 주요 정책과 인사를 추진하고 평가할 때에도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에만 눈을 주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하다. 그 결과 소통과 공감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치’는 독선과 적대로 변질되고, 퇴행적인 ‘스몰 볼’ 정치도 일상화했다.

내 사람과 절대 지지층 안으로 움츠러드는 정치는 성과와 실적에 목마른 대통령의 간절함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노무현 정치’가 지금껏 기억되는 까닭은 도덕이나 신념보다 책임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투표율 77%의 선거에서 41% 득표율로 당선됐다. 현재 민주당의 국회 지분은 42%다. ‘감히 촛불’이 아니라 ‘유능한 겸손’이 난국을 푸는 열쇠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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