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종근 하사 부친, “국가유공자 조롱 막는 법 반드시 통과”

입력
2019.05.31 10:18

 “여야ㆍ남녀노소 없어” 국회서 이견 없는 처리 당부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故최종근 하사 안장식이 27일 오후 대전현충원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故최종근 하사 안장식이 27일 오후 대전현충원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파병을 마치고 복귀하던 함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최종근 하사를 비하하는 글이 이어지자 국가유공자를 조롱한 사람처벌을 강화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일명 ‘최종근하사법’이 발의됐다. 고인의 아버지 최근식씨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이 법을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나라를 위해 희생해준 국군 장병에 대해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표현하지는 못할망정 조롱, 비난, 장난을 담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면서 “그런 분들은 더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근하사법’ 통과에 대해 “여야도 없고, 남녀노소도 없다”며 국회에서 이견 없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사고 전날인 23일 오후 6시30분쯤 아들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아들은 “저기 부두가 보여요. 내일 봬요. 꼭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최씨는 “그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말을 시켰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최씨는 “우리 종근이는 너무 착했기 때문에 일찍 간 것 같다”고 했다. 수 개월씩 배를 타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도 내색 한 번 하지 않았고, 아들의 전우들이 찍어준 사진을 보면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종근이가 군을 통해서 이렇게 어른이 돼 간다는 걸 느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아버지하고 소주 한 잔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 하사는 24일 오전 10시15분쯤 경남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선수 쪽 갑판에서 끊어진 홋줄(배가 정박할 때 부두와 연결하는 밧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를 두고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최 하사를 조롱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볼 때마다 웃기다”는 글에는 최 하사에 대한 인식공격성 댓글들이 달렸다. 해군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글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워마드 일부 회원들은 “밧줄이 싫었으면 피해야지, 군대에서 뭐 배웠냐”, “군대 위험한 거 알면서 간 거 아니냐” 등 최 하사를 비하하는 듯한 댓글을 계속 달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8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가유공자를 조롱하거나 왜곡해 형법상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를 범할 경우 해당 형의 절반을 가중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하 최고위원은 “군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워마드는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조롱을 퍼붓는데 유행처럼 번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잘못된 이념에 경도된 극단적 혐오주의자들의 한낱 장난들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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