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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는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 소지자에 한해 차도에서만 헬멧을 쓰고 탈 수 있으나 실제 이용자들 중에 이 규정을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2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한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보도를 주행하고 있다. 법규상 보도 주행은 금지돼 있다.
24일 서울 강남에서 한 여성이 공유 전동킥보드 위에 올라 몇 차례 발을 구르다 끌고 가고 있다. 업체들은 전동킥보드가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초보자들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당황하기 일쑤다.

차를 타자니 너무 가깝고 걷자니 먼 ‘애매한’ 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가 인기다. 서울 강남과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가 10곳이 넘고 이용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법규와 현실의 괴리가 문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 소지자에 한해 차도에서만 탈 수 있고 헬멧 착용도 필수지만 이를 지키는 이용자는 거의 없다. 규제를 혁파할 법안도, 주행안전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채 현장에선 기기 고장이나 면허 인증, 주차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는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간과해선 안 될 허점들을 정리했다.

허점 #1 이용자 위협하는 ‘숨은 고장’

윤모(27)씨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내리막 차도를 주행하던 중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서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고 킥보드를 세우기 위해 발을 디뎌 봤지만 이내 차도 위로 나뒹굴고 말았다. 이 사고로 윤씨는 두 무릎과 팔꿈치에 깊은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그는 “업체가 ‘매일 킥보드를 수거해서 수리하기 때문에 다른 이용자가 잘못 타서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유 전동킥보드는 이상을 발견한 사람이 신고하지 않으면 다음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업체마다 오류코드 감지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잔량이나 주요 부위 연결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브레이크나 가속 레버 등의 ‘숨은 고장’은 실시간 점검이 어렵다. 장비 회수 시 하는 점검 역시 대부분 비 전문 인력들이 맡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업체 중에는 심지어 기기 점검과 수리를 제휴사 소속 배달 기사들에게 맡기겠다는 경우도 있다.이용자 스스로 운행 전 꼼꼼히 점검한다 해도 운행 중에 고장이 생기는 경우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0일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사고를 당한 윤모(27)씨의 무릎에 심한 상처가 나 있다. 윤씨는 “다시는 전동킥보드를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왼쪽 사진). 지난 2일 최모(35)씨는 강남구 선릉역 부근에서 가속 레버 이상으로 속도가 줄지 않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세우다가 발목 부근에 상처를 입었다.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교내에서 한 학생이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내리막길을 주행하고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를 탄 남성이 2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차로 위를 역주행하고 있다. 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허점 #2 사고 시 책임 뒤집어쓸 수도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중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단 한 곳뿐이다. 이 때문에 기기 고장으로 사고가 나도 업체가 책임을 회피할 경우 보상받기 쉽지 않다. 윤씨의 경우 상해와 각종 손해에 대한 배상을 업체에 요구했지만 “내규로 정한 상한을 넘지 않는 선에서 치료비만 지급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윤씨는 “사고의 충격과 스트레스, 남을 흉터에 대해선 어떻게 배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업체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대물 피해 보상은 불가능하고 대인 보상의 경우도 이용자의 과실을 따져 책임을 지우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사고로 타인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규 위반 등 이용자 과실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규라도 책임 소재를 가릴 땐 현실이 된다.

허점 #3 무면허 부추기는 허술한 면허증 등록 절차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운전면허증을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 업체가 ‘선 허용, 후 확인’ 방식이고 최종 확인까지 1~3일이나 걸린다. 따라서 면허증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거나 아무 사진이나 올려도 확인 기간 동안 전동킥보드를 맘껏 이용할 수 있다. 확인 후 가입이 취소되더라도 같은 수법을 쓰면 또 통한다.

업계에 따르면 운전면허 진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려면 경찰청의 협조가 필요한데 관련 법령이 없어 불가능하다. 대신 직원들이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데만 1~3일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직원을 투입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자체 인증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도 있다. 일부 업체가 더 많은 이용자를 모집하기 위해 일부러 무면허 운행을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어플의 운전면허 등록 절차. 면허증 대신 아무 사진이나 촬영해 올려도 등록이 되고 면허 진위를 확인하는 기간(1~3일) 동안 자유롭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2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골목에 널브러진 공유 전동킥보드 옆을 승용차가 가까스로 지나치고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면서 업체와 지자체 등에 주차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대 앞 한 점포 관계자가 24일 골목 입구에 서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로 인해 차량 통행이 제한을 받자 번쩍 들어 올려 벽과 주차 보호대 사이에 끼워 넣고 있다.
차량 통행을 방해하다 벽과 주차 보호대 사이로 옮겨진 공유 전동킥보드.
24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 보도 한 가운데 공유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허점 #4 민폐 유발 무개념 주차

업체마다 주차 장소 내 ‘바른 주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이용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24일 서울 강남역 부근과 홍대 앞 일대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주차 실태를 살펴보니 보도를 가로막고 있거나 좁은 골목길 등에서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흔했다. 전동킥보드는 현행법상 보도나 자전거도로 주행이 금지돼 있고 보도 위 주차도 해선 안 된다. 또한, 대부분 업체들이 ‘주차 장소’를 지자체 등과 협의 없이 임의로 지정하고 있어 전동킥보드가 늘어날수록 민원 발생 등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송파구는 최근 공유 전동킥보드의 민폐 주차로 민원이 쇄도하자 공유 서비스 업체 3곳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전동킥보드 사고 유형. 강준구 기자
허점 #5 구조적 단점에 표준규격마저 부재

서서 타는 전동킥보드는 무게중심이 높아 전복 위험이 크고 핸들 및 각종 보조 장치가 앞쪽에 집중돼 있어 급정지 시 앞으로 쏠려 넘어지기 쉽다. 바퀴의 크기가 작아 조그만 포트 홀에 걸릴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단점에 더해 표준규격조차 없다 보니 안전사고 위험이 배가된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1인 이용이나 전기 동력, 조향, 제동, 전조등, 브레이크, 바퀴 규격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바퀴의 경우 다양한 교통 환경에 맞춰 최소 직경 8인치 이상으로 정하고 그 이하는 운행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속도 제한은 바퀴가 작은 전동킥보드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정예진 인턴기자

한 공유 전동킥보드에 적힌 안내문. 헬멧 착용과 바른 주차를 지키는 이용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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