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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엄호에 “깊은 유감, 상식 지켜라”… 공직자 기밀 유출엔 대국민 사과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현직 외교관을 통해 외교 기밀을 빼낸 강효상 의원을 엄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지 20일 만에 내놓은 첫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변명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도 함께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작정한 듯 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통화까지 정쟁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ㆍ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연일 강 의원을 엄호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다.

보수 야권은 물론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강 의원의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 유출은 부절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도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이를 정쟁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칙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국당 지도부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외교부 차관도 24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라며 “한국당이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강 의원의) 출당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정운영 카운터파트이기도 한 제1야당을 직접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번 사태를 그만큼 엄중하게 본다는 뜻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상 차원의 탑다운(하향식)으로 북한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려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공격의 도구로 활용하는 듯한 한국당의 태도를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며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청와대와 한국당 간 대화를 더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이 없지 않지만, 청와대는 “외교기밀 문제는 그런 대화와 별개로 매우 중대하고 엄중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다만 “대화는 대화대로 이뤄지도록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공직기강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야당을 통해 거듭 폭로됐다는 점에서, 자칫 권력누수 현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염려도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문 대통령이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 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청와대는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조윤제 주미대사에 대한 책임론에 제기되는 데 대해선 “추후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단 외교부 징계위에서 해당 외교관에 대해 어느 정도로 징계할지 결정되면 추후에 궁리해야 할 사항이지 지금부터 상정하고 결정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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