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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출 도운 주미대사관 외교관 2명도 중징계 방침 
 강효상 후배 외교관은 “굴욕외교 포장 상상 못했다” 해명 
외교부가 3급 비밀인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주미 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와 기밀 유출의 원인을 제공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형사고발 하기로 한 28일 국회 의원회관 강효상 의원실의 출입문이 잠겨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주미 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와 유출 원인을 제공한 강 의원을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K씨와 K씨가 3급 비밀인 통화 내용을 열람하게 한 고위 외교관 등 총 3명에 대해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으나, 한국당과 K씨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외교부는 28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외교 기밀을 유출한 직원에 대해 형사고발 하기로 결정했다”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외교 기밀을 언론에 공개한 강 의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K씨와 더불어 주미 대사관의 공사급 고위 외무공무원과 또 다른 외교관 등 총 3명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와 외무공무원 징계위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K씨 외 두 명은 당시 대사관 정무과에만 열람이 허용된 통화 기록을, 미 의회 업무를 담당해 업무상 관련성이 없는 K씨에게 인쇄해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총책임자 격인 조윤제 주미 대사는 징계를 피해 갔으나 이번 유출 건과 관련해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같은 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강 의원 고발 방침에 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자유롭게 발언하고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국회의 피감기관인 외교부가 강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을 막겠다며 국회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드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있었을 법한 야당 탄압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도 같은 날 “본 의원은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대미 외교 실상의 한 단면을 공개하고 국민적 평가를 구했을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말 방한을 요청했다’는 통화내용을 공개한 당위성을 재차 주장한 뒤 “명백히 국익을 위한 의정활동을 정부ㆍ여당이 기밀유출로 프레이밍 씌우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K씨 역시 기밀 유출에 대한 징계는 감수하겠지만 자신이 정부에 악의를 갖고 의도적으로 누설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 항변하고 있다. K씨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설명자료를 배포해 “강 의원에게 어떤 의도를 갖고 수시로 접촉하면서 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평소 현 정부의 대미ㆍ대북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 온 강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한 가능성을 폄하해, 실무자로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상황을 전달하던 중 과실을 저질렀다는 게 K씨의 주장이다. 특히 K씨 측은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세영 외교1차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해 “K씨가 이번 건 외에도 앞서 2차례 외교기밀을 유출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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