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논란 곤혹스러운 한국당 ‘서훈-양정철 회동’으로 맞불

입력
2019.05.28 19:10
수정
2019.05.29 10: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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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법 위반 혐의 서원장 고발… 청와대는 “사적 만남” 확산 경계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도 문제제기 “나는 1분도 독대한 적 없다”

나경원(오른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오른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두 원장이 따로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회동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MBC 김현경 기자와 청와대, 여당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사적 만남일 뿐”이란 입장이어서 정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로 궁지에 몰린 한국당은 이번 논란을 반격의 기회로 삼는 모양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장이 여당 실세와 밀회한 것은 최대의 정보·관권선거가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여당 내 공천 추천자에 대한 정보수집, 야당 죽이기 위한 정보수집, 선거 앞두고 모든 대북정보 및 대내정보의 수집통인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의 등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를 근거로 서 원장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한 규정에 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단 및 국회정보위원들이 28일 오후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단 및 국회정보위원들이 28일 오후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소속인 이혜훈 국회정보위원장도 “제가 국정원의 1호 업무파트너인 정보위원장이지만 (국정원장과) 1분도 독대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 제안할 게 있어서 국정원에 ‘서 원장의 전화번호를 달라’ 했더니 ‘국정원장에게는 아무나 전화할 수 없다’며 정보위원장인 제게도 번호를 줄 수 없다고 했다”며 “5번이나 요청했는데 안 준다고 해서 결국에는 번호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동에 동석한 김 기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 원장과 양 원장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났고, 동석한 사람은 셋 이외에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감한 정치적 얘기는 없었고 오히려 남북관계나 정치이슈에 대해 제가 두 사람에게 듣기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며 “그날 만남이 엉뚱한 의혹과 추측을 낳고 있어 참석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국정원에 국내정보 담당 조직이 있어서 여론 수렴도 하고 소통도 했었는데, 이제는 모두 국정원장이 직접 해야 한다고 한다”며 “김영란법 때문에 저나 양 원장 모두 밥값은 따로 현금으로 계산했다. 더 이상 억측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사적 만남일 뿐”이라 강조하며 논란의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두 원장의 회동이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야당들의 정보위 소집 주장에 대해 “지인 간 사적인 만남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사안까지 다 정보위를 열어야 할 사안이냐”고 일축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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