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HO의 ‘게임중독’ 질병 결정, 사회적 합의 시급하다

입력
2019.05.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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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게임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게임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이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B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새 기준은 28일 폐막하는 총회 전체 회의에서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아 있다. WHO는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 판정 기준을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 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12개월 이상 게임을 지속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한다. 우리 보건당국도 WHO의 결정에 따라 절차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게임중독 질병분류에 대해 국내 이해관계자의 시각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학부모단체와 교육계 등에서는 게임중독을 치료 대상으로 보지만, 게임업계는 게임을 죄악시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한다. 국내 게임학회ㆍ협회ㆍ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도입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죄의식을 느낄 수 있고 게임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창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효자산업인 게임시장이 심대한 타격을 받는 것도 걱정거리다. 게다가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규정되면 각종 규제와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다. 카지노 경마 경륜 복권 등에는 순매출 0.35%의 도박중독예방 치유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WHO의 결정에 따라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게임중독도 심각한 수준인 데다 이로 인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게임중독 진단기준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대상범위를 최소화하는 등 파장을 줄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WHO의 새로운 기준이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2022년부터 발효되고 국내에서 게임중독이 공식 질병으로 분류되기까지 필요한 절차를 밟다 보면 일러야 2026년에나 가능하다. 정부는 물론, 학부모와 전문가 그룹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6월 중 출범할 것이라니 게임중독의 쟁점과 논란에 대해 여유를 갖고 차분히 정리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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