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영화 100년에 큰 선물 안긴 칸 영화제 쾌거

입력
2019.05.27 04:40
31면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수상으로 봉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반열에 오른 것은 물론,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저변을 넓혀 가는 한국 대중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영화 세계를 구축해 온 봉 감독은 보기 드물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담한 상상력과 각본의 완성도, 새로운 캐릭터, 사회와 현실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결합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왔다. ‘살인의 추억’을 비롯,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매번 굵직한 흥행 성공을 거뒀고, 폭넓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 준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등장시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현상인 빈부격차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작품성 자체도 뛰어난 데다 사회 문제 의식도 더해진 것이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 냈다.

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며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 영화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을 딛고 믿기 어려울 만큼 큰 발전을 했다. 자본력이 취약해 할리우드 거대 자본의 외화에 밀려 고전했지만 지금은 수준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 소재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1,000만 관객이 몰리는 영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재벌 기업들로 인해 독점되고 있는 투자ㆍ배급 문제는 한국 영화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우리 문화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K팝과 TV드라마 등으로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제 영화에서도 문화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봉 감독의 수상이 개인적 영광에 머물지 않고 한국 영화가 세계 속에 깊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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