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 <41>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각축장’ 파미르고원

입력
2019.05.24 18:00
수정
2019.05.24 22:03
20면
[저작권 한국일보]파미르고원 지도
[저작권 한국일보]파미르고원 지도

히말라야 등 중앙아시아의 여러 산맥들과 티베트고원 등이 한데 모인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 평균 높이 6.1㎞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고원이다. 건조하고 척박한 자연 환경에다 험준하기까지 한 산악지대지만, 이 곳을 둘러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 영토 분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은 파미르고원에 위치한 타지키스탄 고르노-바다흐샨 자치구다. 인구는 타지키스탄 전체 인구(약 930만명)의 3%인 27만여명에 불과하나,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복잡한 지정학적 특성이 인종적ㆍ종교적 문제와도 얽혀 있어서다. 타지키스탄과 중국 간 영토 분쟁이 대표적이다. 파미르고원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타지키스탄이 제정러시아(소련이 성립되기 전 황제가 다스리던 러시아)에 속해 있던 19세기 중반쯤 시작됐고, 타지키스탄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중국은 타지키스탄에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하고 수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영토 분쟁을 매듭짓기 위해 힘써 왔고, 130년간 이어진 영토분쟁은 2011년에야 마침내 마무리됐다. 타지키스탄이 서울 면적의 두 배인 1,100㎢에 이르는 파미르고원 영토 일부를 중국에 넘겨준 것이다. 바로 이 ‘타지크-중국 국경 획정 협약’을 통해 타지키스탄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 가운데 처음으로 영토 분쟁을 해결한 국가가 됐다.

파미르고원. 위키피디아 캡처.
파미르고원. 위키피디아 캡처.

당초 파미르고원이 분쟁의 중심지가 된 건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키르기스스탄, 티베트고원,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에 걸친 지정학적 특성 탓이 컸다. 파미르고원을 둘러싸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옛 소련은 이 지역을 분할 통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국경선을 그었다. 그 결과, 지리적 경계와 민족적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고 이는 인접국가들 간 빈번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각 나라들의 인종적ㆍ종교적 문제가 국경을 넘나들게 됐다는 얘기다.

중국은 일단 조약 체결과 함께 영토 분쟁에서 일단 발을 빼게 됐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끼리 벌이는 각축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주민들 사이에 무력 충돌도 발생했다. 지난달 말 키르기스스탄의 아크사이 주민들이 도로를 봉쇄한 뒤 타지키스탄인이 탑승한 차량에 공격을 가했고, 이에 앞서 타지키스탄 남성 두 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일도 있었다. 두 나라의 국경 획정을 위한 협상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전체 국경의 절반가량이 명확한 구분선 없이 남아 있는 상태다.

게다가 각 나라들 내부의 갈등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예컨대 타지키스탄의 경우, 2011년 중국과의 협정 체결을 두고 야권인 이슬람부흥당에선 “며칠 전까지도 알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무히딘 카비리 당시 이슬람부흥당 대표는 "영토는 통합된 것이고 나눌 수 없는 만큼, 국토 양도는 위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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