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생태 II] 생물들 멸종 위기 막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입력
2019.05.25 04:40
12면
22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하늘 위로 방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198호 따오기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하늘 위로 방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198호 따오기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은 지구상의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해 1993년 유엔이 제정한 날이다. 원래는 1992년 리우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고, 그 협약이 발효된 12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었다. 2000년까지는 이 날을 생물다양성의 날로 챙겼으나 12월 하순 휴일들과의 중복 문제가 제기되면서 케냐 나이로비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문안을 완성한 5월 22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북반구 국가의 입장에서는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하순에는 기념할 대상인 생물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이래저래 12월 행사는 부담이 크기도 했다.

 ◇리우회의, 108개국 국가 정상이 환경문제 논의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조류관찰자인 레이첼 카슨이 발간한 ‘침묵의 봄’은 지구환경보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의 발간은 미국에서 환경성이 발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1971년 지구 최초의 다자 간 환경협약인 람사르협약(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협약으로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체결됐다)이 체결되는 것으로 이어졌고, 다음해인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돼 스톡홀름선언(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로에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한 리우회의(지구정상회의)가 개최됐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리우회의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리우회의

1992년 리우회의는 172개국 8,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08개국의 대통령, 국무총리 등 국가수반이 참석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지구환경을 논의한 회의다. 이밖에도 민간단체 1만여명과 취재진 6,0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환경회의였다. 지구환경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고 생물종 다양성도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1991년 구 소련의 붕괴로 동서 간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이런 대규모 환경회의가 가능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정원식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관계 공무원, 전문가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와 민간기업 관계자도 함께 참석했다. 이 회의는 우리나라가 생물과 환경분야에서 국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도약점이 됐다. 전세계에서 모인 각국의 대표들은 리우회의에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3가지 국제협약을 실천하겠다고 언론 앞에서 약속했는데 이는 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과 사막화방지협약이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약속을 저버리고 협약 보이콧을 선언하는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생물 100만종, 10년 내 멸종할 수도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 등 3가지 목적으로 탄생했다. 

1994년 바하마에서 개최한 제1차 당사국총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총회를 열어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 결정해 왔다. 최근에는 협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생물다양성의 보전보다는 협약의 세 번째 목표인 유전자원의 이익공유에 관해 새롭게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한 의제가 더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의제는 최근 국가 간 그리고 자원부국인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무역전쟁과 같은 양상을 보이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다른 나라의 분류ㆍ생태학자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들은 생물다양성의 이용과 그 이익을 효과적이고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해선 우선 종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큰고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고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학자에 따라 조금씩 추정이 다르고, 그 숫자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구상의 생물종은 1,400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인류가 지금까지 밝혀낸 종은 200만종에도 미치지 못한다. 워낙 크기가 작거나 모양새가 너무 비슷해 현미경을 통해 해부학적으로 꼼꼼히 살피고 더 나가서 DNA 분석을 해야만 새로운 종임을 밝힐 수 있는 종도 많다. 다양하고 방대한 생물 종을 연구할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도 정확한 생물종의 숫자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더한다.

게다가 1800년대 이후의 인류문명과 과학기술 발전과는 상반되게 지구의 많은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가 그 실체를 미처 밝히기도 전에 멸종해서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는 종도 적지 않다.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기구(IPBES)’ 제7차 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평가보고서는, 지구상의 생물종 중 100만종이 수십년 내에 멸종될 수 있으며 전 지구적으로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와 생태계 서비스의 악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호랑이 보호에 전력한 인도, 세계 최대 호랑이 서식국 돼 

그 동안 여러 국제협약이나 회의에서 다양한 전략과 행동계획이 발표됐고 여러 국가에서 참석한 대표와 관계자들이 그 실천을 서약했지만 아직도 여러가지 면에서 성과가 미미한 편으로 새로운 접근과 실천이 요구된다.

인도의 호랑이 보호 사례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꾸준한 실천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라 소개해 본다. 1972년 1인당 국민소득이 140달러에 불과했던 인도는 경제 개발과 호랑이 보호라는 두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도 정부는 호랑이가 수십년 내에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전문가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결국 호랑이의 보호가 곧 생태계의 보호라는 결론을 내린 뒤 1973년부터 호랑이 보호 정책인 ‘프로젝트 타이거’를 실행했다. 당시 9개소에 불과했던 보호구를 44개소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보호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인도에는 2,200여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랑이가 많은 국가가 바로 인도다. 2위인 러시아에는 호랑이가 4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3위 인도네시아에는 370여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랑이가 많을 것 같은 중국의 경우 실제 야생에는 10마리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많은 수의 호랑이가 하얼빈 호림원 등의 동물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어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저어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태계, 멸종위기 이르기 전… 보호ㆍ관리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생물 종이 서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따오기, 크낙새 등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종이 사라졌거나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라시아 대륙에 그 수가 수억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던 검은머리촉새는 서식환경 변화와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남획으로 인해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8년도에 취약종으로 고시했고 10여년 만인 지난 2017년 말 이 새의 멸종위험 등급을 제일 높은 수준인 위급(심각한 멸종위기)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 새의 서쪽 분포권 끝에 위치한 핀란드에서는 검은머리촉새가 번식하는 것을 2007년도에 마지막으로 확인한 이후 전혀 관찰되지 않아 지난 3월 8일 공식적으로 멸종을 선언했다. 러시아에서는 90%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고시해 보호하고 있는 상태다. 이외에도 사향노루, 담비, 넓적부리도요, 두루미, 느시, 황새, 장수하늘소 등도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 서식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이다.

지난 22일 경남 창녕에서는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식과 함께 따오기 10마리를 야생으로 방사했다.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가 2008년과 2013년 중국이 기증한 2쌍으로부터 인공 증식을 통해 360여마리 이상을 증식하는 데 성공했고, 그 중 일부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로 생태환경이 우수한 우포늪 일원에서 자연 복원을 시도한 것이다.

원래 따오기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중국, 일본 및 러시아 극동지역 남부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거나 번식을 해 흔하게 볼 수 있던 새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밀렵과 DDT 같은 살충제나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해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개체군이 급격히 감소해 1979년 파주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국내에서는 멸종했다. 멸종한 따오기를 중국에서 기증받아 복원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복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북미대륙에서 멸종한 나그네비둘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북미대륙에서 멸종한 나그네비둘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속된 말로 ‘있을 때 잘하자’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 개체군이 남아있을 때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비용과 노력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600여마리도 되지 않던 저어새의 경우 우리나라, 중국(홍콩), 타이완, 일본 등 여러 국가의 관계자들이 보호노력을 기울인 결과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어새를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한 뒤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 모두 합심해 밀렵을 감시하고 번식장소를 개선했다. 그 결과 개체군 밀도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 1월 국제동시조사 결과 4,463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멸종위기종 지정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정한 종을 잘 보호해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조만간 저어새를 멸종위기종 2급으로 등급을 낮추고 그 다음에는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노력과 성과를 거울 삼아 생태계를 개선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보호활동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 한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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