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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10번째 전시회를 연 씨킴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 ‘씨킴(CI KIM)’으로 활동 중인 김창일(68) 아라리오 회장이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10번째 개인전을 23일 열었다.

'보이스 오브 하모니'라는 제목을 단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100여점을 선보였다. 2003년 이곳에서 첫 번째 개인전 ‘DREAM’ 이후 16년 만이다. 씨킴은 2년에 한번 꼴로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단체전에 여러 차례 참가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물감으로 얼룩진 작업실 바닥 카펫을 캔버스처럼 활용한 작업과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한 액체를 물감처럼 사용한 연작을 내놓았다. 다양한 재료에 도전한 그는 초창기 투박해 보였던 작품에 비해 현저하게 부드러워진 흔적들이 작품 곳곳에서 엿보였다. 제주에서 작품활동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는 바다에 떠밀려온 대형 스티로폼을 브론즈로 똑같이 재현한 작품을 내놓아 실상과 허상의 경계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씨킴은 작가 이전에 세계적인 수집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의 유명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10년 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40년 전 처음 현대미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그가 소장한 국내외 작품은 3,700여 점에 이른다. 작품을 수집하면서 그는 늘 예술에 대한 갈증과 새로운 꿈을 꾸어왔다.

그는 1989년 천안고속터미널 광장에 ‘아라리오 스몰시티’로 조성했다. 아라리오 스몰시티는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야우리시네마,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종합터미널, 대형마트, 대형서점, 식당가 등으로 이뤄진 7만6,000㎡ 규모의 공간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이곳에는 조각광장을 비롯, 백화점, 영화관, 식당가 등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 40여명의 작품 140여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전시작품 전체 가격이 1,000억원을 호가한다. 데미안 허스트, 아르망 페르난데스, 키스 해링 등 이름만으로 가슴을 들뜨게 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해 천안의 버스터미널을 ‘아트공간’으로 빛나게 하고 있다.

그는 페인트 벗겨진 낡은 콘크리트 건물에 빛 바랜 터미널 간판, 매캐한 매연 냄새와, 엔진 소리가 뒤섞인 웅웅 거리는 소음, 세차장에서 흘러나왔는지 항상 질퍽한 승차장이 연상되는 터미널을 예술 공간으로 바꾸었다. 독일의 저명한 예술잡지 ‘Art’ 는 이곳을 ‘한국에 들르면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꼽았다.

이날 작품 설명에 나선 씨킴은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가 마에스트로라고 생각하고 관람객들이 다양한 작품들을 하나의 하모니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제목을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작업도중 ‘왜 안 되지’라는 생각에 캔버스를 부수기도 했지만 20년간 작품에 몰입하면서 어느 날 캔버스가 오선지로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때부터 선들이 화음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고 초기보다 부드러움이 화폭에 담겼다”고 말했다.

씨킴은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 인상도, 작품도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작업과정이 나를 치유하고 재료를 다루는 감각이 익숙해 지면서 자신과 작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2씨킴이 발굴한 신예작가 송지민.

그는 1998년부터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YBA)들의 작품과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를 주목하고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 구 동독의 신진작가들 작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신예작가를 후원해 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19세의 재수생 작가 송지민을 발굴해 전시장 한곳을 떼어 송작가의 작품 10점을 함께 전시했다.

글ㆍ사진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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