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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 앞에 장난감 피규어가 놓여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광고 중개’를 해 준 온라인 광고주들에게 이미 받았던 광고비 일부를 되물어 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광고가 노출된 사이트의 접속 트래픽이 불특정 세력의 ‘클릭 수 부풀리기’로 조작됐음에도, 구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글의 잘못 인정에도 불구, 온라인 광고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트래픽 조작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보다 광범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래픽 조작 관련 광고비 환불이 논의된 시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 ‘봇(bot)’이 인간의 클릭을 흉내 내 사이트 방문 횟수를 대규모로 부풀린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광고주나 광고대행사는 부풀려진 방문자 규모를 믿고 광고비를 집행했지만, 실제 기대되는 광고 효과를 얻지 못하고 과도한 비용을 해당 사이트에 지불한 셈이다.

구글은 자사의 광고 중개 과정에 제3자가 개입한 부정행위가 발견되자 마케팅ㆍ광고 대행사 수백 곳에 환불 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기 피해액 전액을 돌려주진 않았다. 전체 금액의 약 7~10%에 해당하는 구글 온라인 광고 구매 플랫폼 ‘디스플레이&비디오 360’ 사용비만 환불해 줬다. 나머지 비용에 대해선 “이미 제3의 온라인 광고시장에 흘러가 버린 돈을 우리가 환불해 줄 수는 없다”고 버텼다.

부분 환불 조치에 미국의 일부 광고주와 광고 대행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광고대행사 ‘애드트레이더’는 같은 해 12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적어도 구글이 직접 소유한 광고 서비스 프로그램 ‘애드엑스(AdX)’와 ‘애드센스(AdSense)’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환불을 해줄 수 있으면서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WSJ가 확인한 구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 구글 직원은 “구글이 자사 제품과 관련된 7,500만달러(약 895억원)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기술적인 어려움”을 들었다.

결국 구글은 법적 다툼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사 광고 판매 서비스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에 대해서도 환불 조치를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우린 이전부터 사기 트래픽에 대해 광고비를 환불해 줬지만, 최근엔 이 정책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은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결정에도 사기 트래픽에 대한 온라인 광고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수많은 중개인이 끼어있는 온라인 광고시장 특성상 트래픽 사기가 쉽게 발생하지만 여기에 날린 돈을 되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광고주협회(ANA)가 이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 사기 트래픽에 낭비될 것으로 예상되는 광고비는 약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달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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