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 불가”… 소속사 대표만 수사 권고

입력
2019.05.20 16:20
수정
2019.05.20 16:26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 발표… 10년만의 재조사 다시 미궁 속으로

“문건 진실성 인정되나, 공소시효 지났거나 수사 착수 증거 없어”

장자연 리스트 2009년 검경 수사 결과.
장자연 리스트 2009년 검경 수사 결과.

강제적인 성접대가 있었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 관련 사건을 조사해 온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당시 장씨의 소속사 대표를 무고 혐의로 수사 권고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남긴 문건에 기재된 내용 자체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으나, 사건의 실체에 해당하는 성폭력 및 강압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다 됐거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 권고를 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10여년 만에 다시 이뤄진 재조사에서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사실상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과거사위는 2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조사해온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보완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뒤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관련 재판에서 위증을 했다고 판단, 김씨를 위증 혐의로 재수사하도록 검찰에 권고했다. 김씨는 2012년과 2013년 장씨 사건 관련 재판에서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으나, 과거사위는 이런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김씨 이외의 관련자에 대해서는 수사 권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씨가 강요된 성접대를 폭로하며 남긴 문건 자체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지만, 그 내용 모두가 형사상의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또한 과거사위는 “윤지오씨를 제외하고 문건을 본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이름만 적힌 ‘리스트’는 없다고 진술했다”며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구 이름이 적힌 것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성폭력 의혹에 대한 수사 권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추가조사를 통해 구체적 사실과 증거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단순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부분은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자연 리스트는 2009년 3월 장씨(당시 29세)가 유력인사들로부터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자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문건이 폭로되면서 언론인, 금융인, 기업인, 연예기획사 대표 등 20명이 수사를 받았으나, 당시 검찰은 유력인사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고 술자리를 제공한 소속사 대표 김씨와 매니저 등 2명만 재판에 넘겨 축소ㆍ부실수사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과거사위는 술접대 등 강요가 실제로 있었는지와 부실수사ㆍ외압 의혹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작년 7월 본조사를 권고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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