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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공모 기간을 앞두고, 혁신학교 전환을 추진 중인 일부 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또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혁신학교 공모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시교육청 측은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내년 3월 이 지역에 개교 예정인 가락초와 해누리초ㆍ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시내 일반학교 가운데 혁신학교로 전환을 원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는다. 해당 학교는 혁신학교 전환을 신청하기 전, 학교 내부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심의를 거쳐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학운위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교원 또는 학부모 동의율이 5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전환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이 같은 절차와 관계 없이 반대 목소리가 조금만 커도 논의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가 많다. 대곡초도 교원 동의율이 90%가까이 나와 학운위 상정 요건이 됐지만,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전환을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반발하자 학부모 동의 조사도 해보지 못한 채 17일 결국 혁신학교 추진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 일각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싫다는 학부모들을 설득해 혁신학교로 지정해봤자 부작용만 커진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혁신학교로 신규 지정되면 연간 평균 5,700만원의 운영 지원금을 받는다. 4년 주기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재지정 학교는 연 평균 4,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몸살을 앓았던 해누리초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A(41)씨는 “경기도나 지방 쪽은 지원금 때문에 서로 지정해 달라고 하는데, 과밀학급인데다 부모들이 알아서 애들을 챙기는 강남 쪽에 굳이 왜 혁신학교를 지정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운위 상정 요건이 교원 ‘또는’ 학부모 동의율 50%인데 이를 ‘그리고’로 바꿔 학부모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교육 정책 문제는 과반으로 결정하는 게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며 “특히 혁신학교 같은 경우 학부모 참여 등 학부모와의 시너지가 중요한데, 싫다는 학교를 지정했다가 이후 집단민원에 교사들 사기저하만 부르는 등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혁신학교인 시흥 매화고의 김재연 교장은 “모든 학부모들의 의견을 100% 반영할 수는 없는 만큼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교육청에서는 현재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원과 학부모 동의율 부분은 학운위 상정 조건일 뿐, 이후에도 이중, 삼중의 논의 구조가 있으니 구태여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현실적으로 모두가 찬성할 수 없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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