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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기억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농부이자 영혼이 선한 서툰 목수, 그리고 시인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보고 싶은 당신/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 때문에/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보이십니까/당신이 이겼습니다/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우리들이 이겼습니다”(도종환 ‘운명’ 일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23일)에 맞춰 나온 추모시집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에 실린 시다. 도종환, 안도현, 함민복 등 중견 시인부터 양안다, 최지인 같은 젊은 시인까지 시인 53명이 저마다의 기억과 마음을 풀어놨다.

시인들은 노 전 대통령을 정치인이기에 앞서 농부이자 목수, 시인이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자신보다 마음이 더 가난한 자에게는 엎드려 큰절 올렸던/눈물 많던 사람”(박승민 ‘산맥이 없는 산봉우리’ 일부)으로, “아무 데도 없지만/어디에나 같이 있는 사람/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할 책처럼/끊임없이 다시 씌어야 할 사람”(류정환 ‘희한한, 아무튼 희한한’ 일부)으로. 함민복 시인의 ‘모’는 “이의 있습니다”라는, 초선의원 시절 노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합당에 반대하며 외친 말로 시작한다. 함 시인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어머니 당부에도/사람 사는 세상 만들려/정 맞는 길 찾아 살아간 사람”으로 그를 떠올린다.

‘농사꾼 노무현’이라는 시를 보탠 김해자 시인은 “완벽한 대통령은 아니었을지라도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향해 보인 애정은 문학과 필연적으로 친연성(親緣性)을 가진다”고 말했다. 시집을 엮은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대표인 김성규 시인은 “이상은 있으되 실현은 하지 않는 대부분의 정치인과 달랐기에 노 전 대통령은 문인들에게 의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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