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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 학생들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기 위해 아크릴판을 사포로 다듬고(위 사진), 내부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회로를 설계·제작(가운데 사진)한 후 시제품을 완성해 가고 있다. 김지현 기자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어 봅시다. 측정기를 만들면 현재 수치만 확인이 가능하지만, 코딩프로그램과 연결해 데이터를 축적하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여러분이 직접 구현하는 것이죠.”

지난 16일 오후 한국폴리텍대학교 강원 원주캠퍼스에서는 최병상 의료공학과 교수의 ‘미세먼지 측정기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폴리텍 대학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을 위해 최근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애는 융합 교육을 강화하는 중이다. 의료공학과도 전자계열의 ICT(정보통신기술)의료전자와 기계계열의 의료기기설계 두 직종의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융합 교육 사례다.

이날 수업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만든 뒤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실시간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 의료기기설계를 배우는 학생들은 측정기 본체(아크릴판)를 컴퓨터이용설계(CAD)로 설계한 후 레이저 커팅기를 활용해 제작하고, 의료전자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내부에 들어갈 프로그램 회로를 설계, 손을 맞잡고 시제품을 제작했다.

완성된 미세먼지 측정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했다. 코딩프로그램과 연결해보니 측정기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와 온도, 습도 등의 데이터가 수집됐다. 이때, 직접 제작한 앱과 측정기가 수집하는 정보를 연동시키면 언제, 어디서든 집안의 미세먼지 정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최 교수는 “의료ㆍ헬스케어 기기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라며 “(이렇게 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실생활에서 사용해보면서 기기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의료공학과 학생 조연경(26)씨도 “평소 사물인터넷과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데,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보면서 공정 각 단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 다른 기기에도 응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기계과 학생들은 용접을 배우고 정보통신·설비 전공학생들도 전기 기술을 익히는 등 전공 간 경계를 뛰어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폴리텍은 공정 전(全)단계 학습이 가능한 융합실습지원센터 ‘러닝팩토리’를 올해 12개소로 늘려 융합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뜨는 산업이 있으면 지는 산업도 있는 법. 폴리텍은 이석행 이사장이 취임한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교육 내용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13개 학과를 통폐합했고, 지난해에는 교수 1명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체질개선 노력도 하고있다.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이 이사장이 밤샘 토론을 통해 혁신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했다고 한다. 강릉캠퍼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평생 기술 하나로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며 “융합형 인재를 기를 수 있게 학과 재편을 하고, 교수 정년 연장(65세)도 추진해 능력 있는 교수진을 확보, 직업교육의 질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원주ㆍ강릉=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한국폴리텍대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3D 스캐너를 활용해 골격 구조물을 스캔하면서 3D이미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폴리텍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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