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승부수’ 던졌지만… 수사권 조정 갈등 증폭될 듯

입력
2019.05.16 18:37
수정
2019.05.16 21:5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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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안 거부한 채 기존입장 반복… 퇴임 두 달 앞둔 제안 진정성도 의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 자체 개혁을 조건으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에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직접 수사를 축소하겠다는 자체 개혁안 또한 경찰에 수사 관련 권한을 내주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많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면 돌파 입장을 밝힌 셈이어서 수사권 조정 논의의 물꼬를 트기는 커녕, 갈등의 수위만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 총장이 이날 밝힌 입장은 ‘검찰권을 내려 놓는 한이 있어도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넘길 수는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넘길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수사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는 만큼 하나의 특정 기관이 착수와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 기본권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견제의 결여로 인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설명하며 ‘프랑스 대혁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총장의 이날 입장 발표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확실히 환기시켰다는 평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조정안조차 거부하면서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는 비판이 도리어 비등하다. 직접 수사 축소와 재정신청 제도 확대 등 검찰 자체 개혁안도 이미 추진해 오던 방안이라 특별히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다. 임기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문 총장이 검찰 개혁안을 내세운 것을 두고도 ‘위기모면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찰이 내려놓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이를 위해 제도 및 시스템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이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경찰의 수사권 확대를 반대하는 문 총장의 간담회 발언이 나오자 경찰은 즉각 반발했다.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수사권 조정안이 밀실 합의로 하룻밤 사이 나온 게 아니고, 검찰총장 또한 의견을 냈다”며 “검찰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을 대상으로 법안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건 절차적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찰청 간부도 “검찰이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라며 “민주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도 좋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문 총장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여당은 “검찰이 원론적 입장을 말한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이 굉장히 목소리를 낮춰 얘기했다고 본다”며 “검찰이든 누구든 전문가들이 말한 것은 국회가 듣고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접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 총장이 막강한 검찰권을 분산시켜 권력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절충점을 모색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과 경찰이 상대 기관의 전직 수장을 겨냥한 맞불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 더해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로 신경전만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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