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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실질심사 법정 출석… 영장 발부 피하기 위한 선택인 듯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별장성접대’ 의혹이 터져 나온 지 6년 만인,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법원에서다. 영장 발부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16일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 법정에 출석한 김 전 차관을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이었다. 뇌물과 성접대 의혹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도 없이 법정에 들어선 그는 3시간 동안 진행된 실질심사에선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일단 윤씨를 알긴 안다고 인정했다. 이전부터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의 재수사 때까지 윤씨를 알지 못한다고 해왔던 주장을 뒤집고 윤씨에 대해 “모르는 사이는 아니다”라는 진술했다. 상대방인 윤씨의 진술, 그리고 윤씨와 그 주변인물들과의 통화기록 등 여러 정황 증거들이 있는 이상, 윤씨와의 친분을 무조건 부인해봐야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고 그냥 알긴 아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단이 자신에게 적용한 뇌물과 성접대 혐의는 철저히 부인했다.

우선 이번 구속영장 혐의 가운데 핵심으로 꼽을 만한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 김 전 차관은 “검찰이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며 “(뇌물의 성격과 대가 관계 등) 법리적 문제가 많아 법원이 신중히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주장했다.

제3자 뇌물 혐의에 얽혀 있는 윤씨가 1억원의 금전 거래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그 대가로 어떤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억원과 관련된 두 차례의 채무 변제 각서를 검찰이 확보했지만, 그 문서에도 청탁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또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2007∼2011년 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별건 수사로 형성된 것이어서 형사소송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수사단이 윤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됐는데, 그 때 법원이 김 전 차관 관련 혐의와 무관한 개인비리를 적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는 부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김 전 차관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신 부장판사는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당사자다.

수사단이 구속영장을 통해 제기한 혐의들에 대해 쉴 새 없이 항변하던 김 전 차관은 심사 마지막에 이르러서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참담한 기분이며 그 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30여분 동안 최후진술을 했다.

검찰은 영장발부로 김 전 차관 신병을 확보하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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