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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이 그린 '아담과 이브'. 이브가 사과를 따는 것을 아담이 돕는 풍경을 묘사했다. 창세기가 이를 원죄의 순간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쾌락의 순간처럼 보인다. 아마존의나비 제공

세계적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에드가 드가가 사랑한 수잔 발라동. 그는 작품 속에서 예쁜 드레스를 걸친 가녀린 여성 혹은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관능적 여성으로 묘사된다.

발라동은 1909년 그림 한 폭을 그려 프랑스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사과 따는 이브의 손을 아담이 손으로 받쳐 주는 인물화였다. 간교하고 정숙하지 못한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 순진한 아담에게 건네는 전형적 ‘아담과 이브’ 작품들과 달랐다. 어엿한 화가로 서기 위해, 발라동은 예술계의 왜곡에 도전했다. 볼품없이 늘어진 살, 윤기 잃은 피부를 드러낸 진짜 자신의 초상화를 쏟아내기도 했다.

‘내가 화가다: 페미니즘 미술관’은 발라동을 비롯해 프리다 칼로, 유디트 레이스테르, 마리 로랑생 등 여성 화가들의 삶을 읽는다. 남성 화가의 영원한 뮤즈, 완벽한 육체를 드러내는 모델로서가 아닌 화가 자체로서의 그들을 조명한다. “나는 나의 성기로 그림을 그린다”며 남성성을 뽐냈던 르누아르에 도전하기에 충분한 여성 작가들의 걸작도 소개된다.

내가 화가다: 페미니즘 미술관
정일영 지음
아마존의나비 발행ㆍ336쪽ㆍ1만9,800원

신지후 기자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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