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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인터뷰서 주장…“시민군이 탈취했다는 장갑차 시제품, 시민들은 조작 못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전두환 신군부가 기획한 것이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15일 광주 서구 옛 505보안부대 옛 터에서 이 부대 수사관 출신인 허장환씨가 본관 건물을 가리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은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 찬탈 시나리오에 따라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을 광주로 정한 것부터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무력진압한 것까지 철저하기 기획됐다는 주장이다. 신군부 세력들이 이런 흔적을 지우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501정보여단 군사정보관이었던 김용장씨와 보안사 505보안대 특명부장이었던 허장환씨는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런 주장을 펼쳤다. 허씨는 “직접 시나리오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명확한 시나리오”라고 했고, 김씨는 “진행 과정을 보면서 미군에서는 시나리오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이런 시나리오를 추진한 이유를 “국란을 극복하는 전두환 장군이라는 명분을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군부가 광주 민주화운동 이전부터 시나리오를 진행할 지역을 물색했다고 주장했다. 광주를 선택한 것에 대해 허씨는 “(당시 야당의 수장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고지이고 지역차별주의,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광주를 건드리면 가장 큰 효과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부산은 규모가 크고, 마산은 규모가 작고, 대전은 서울에 가깝기 때문에 안보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씨는 신군부가 광주 민주화운동 직전 광주 시민들을 자극시키는 공작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첫 단계로 계엄을 확대하고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재야인사들을 연행함으로써 시민들을 자극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전면적으로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신군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허씨는 “조선대는 교내 문제로 학생들이 시위하는 양상이었고, 전남대생들은 앞으로 정국을 지켜보자는 추이였고, 종교인들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준비에 바빴다”면서 “시위를 진압하는 전투경찰들도 휴식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신군부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진행했다. 공수부대, 특전사 장병으로 구성한 ‘편의대’를 투입해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과격시위로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허씨는 “(시민군이 탈취했다고 알려진) APC 장갑차는 광주에 있는 방산업체에서 생산한 시제품인데 (기존 무기와) 기능이 다른 그 시제품을 조작할 수 있는 시민들은 아무도 없다”면서 “공수부대원들은 모든 적성국가의 무기, 장비를 조작할 수 있다”고 했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공수부대원들이 APC 장갑차를 탈취해놓고 시민들이 한 것으로 꾸몄다는 주장이다.

허씨는 시민군의 투쟁본부였던 전남도청에서 일어난 독침사건도 시나리오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독침은 북한의 대남 공작원들이 사용하는 살상무기인데 이런 무기가 사용됐다면 간첩이 시민군에 섞여 있다는 여론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씨는 “독침 사건으로 출동하려고 하는데 수사부국장이 ‘출동하지 말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독침 사건의 주범들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면서 “완벽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들 의도대로 가지 않으니까 더 가열화시키기 위해 시나리오를 더 강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무기고 탈취, 편의대 운영, 이런 것들이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신군부 세력들이 이런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관련 자료들을 없앴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허씨는 “퇴직 후 (내가 쓰던) 광주 문제를 언급하는 원고가 유출돼 보안사에 연행이 됐었는데 수사관이 ‘광주문제에 대한 모든 문헌을 삭제하고 있는데, 왜 네가 설치느냐’고 했다”면서 “광주 관련 문건이라면 전부 비밀등급으로 분류해 일반인들은 접근 못하게 하고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해당될 정도로 크게 (문서를 폐기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문서나 자료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관련, “세월이 지나다 보니 유야무야되고 있는데 절대 잊혀져 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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