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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태권도 월드스타' 이대훈과 대전체고 유망주 김종명 

#어린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와 박세리, 김연아 등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꿈을 만나다] 시리즈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이자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대훈(왼쪽)과 대전체고 1학년 김종명군이 지난달 말 대전 한밭운동장 내 한밭체육관 앞에서 겨루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성환희 기자

지난달 말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내 한밭체육관. 입구에서 한 청년이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지만 183㎝의 키에 날렵한 몸매, ‘훈남’ 외모는 감출 수 없었다. 15일 개막한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강훈 중이던 이대훈(27ㆍ대전시체육회)이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다는 말에 휴식 시간을 쪼개 달려 왔다.

조금 후 도착한 대전체고 1학년 김종명군을 보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김군은 ‘월드스타’의 영접이 쑥스러운 듯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같은 지역에서 활동해 대회장에서 스쳐 지난 적은 있지만 대면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대훈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한국 태권도의 간판이다. 세계랭킹 1위에 아시안게임 3연패, 올해의 선수상 4차례 수상.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도 3개나 있다. 지난 2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0년 연속 태극마크도 달았다. 선수층이 두꺼운 우리나라 태권도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롱런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군도 대전체중 3학년이던 지난해 전국소년체육대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대회에서 밴텀급 1위를 놓치지 않은 특급 유망주다. 김군은 “아버지가 태권도장 관장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시작했다”고 하자 이대훈도 “나도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체육관을 하셨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김군은 “영상으로 이대훈형 경기를 많이 봤다. 발차기가 너무 멋있다. 상대 선수 얼굴 맞힐 때 통쾌하다”면서 자신도 닮아가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대훈의 발차기는 정평이 나 있다. 몇 년 전에는 날아 오는 축구공을 발차기로 골대에 꽂아 넣는 유튜브 영상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대훈은 “사실 그건 태권도를 잘해서라기보다 축구에 감각이 없으면 안 된다”며 은근히 운동 능력을 자랑한 뒤 “아무래도 공격적인 태권도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훈(왼쪽)과 김종명군이 한밭체육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성환희 기자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 때 첫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후 늘 정상에 있었다. 그 길을 따라가고 싶은 김군이 비결을 묻자 이대훈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운동이 겁나기도 했고, 싫증 난 적도 있었지만 한번도 포기하거나 도망갈 생각은 안 했다. 대신 태권도를 더 좋아하고 더 긍정적인 친구들과 어울리려 노력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대훈은 “(김)종명이도 그런 시기가 올 텐데 즐겁게, 성실하게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을 이기기 전에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대훈이 “나는 지금도 동료,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운다”고 하자 김군은 ‘세계 최강’의 낮은 자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화가 무르익으며 긴장이 조금 풀리자 김군은 “학과 공부와 병행해야 해서 새벽 운동 때 너무 졸립다”고 푸념했다. 이대훈은 웃으며 “그래도 우리 때랑은 다르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야는 공부도 해 놓는 게 좋다. 학창 시절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대훈은 2016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패한 직후분을 표출하는 대신 상대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예를 중요시하는 태권도의 인성도 고교 시절 확립됐다고 했다. 김군은 “아버지에게도 배우고 있지만 형의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훈은 자신의 다섯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출격을 앞두고 있다. 15~19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2019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8㎏급에 출전한다. 16일 예선과 8강을 치르고 18일 결승에 나선다. 그는 어느덧 대표팀 남자 선수 중 최고참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내년 도쿄에서 유일의 숙제로 남아 있는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는 게 마지막 꿈이다. 이대훈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실업 2년차 정도까지 신체적으로 최전성기인 것 같다”면서 “(김)종명이도 지금부터 힘을 기르고 기술을 익히면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이대훈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에는 25일 동갑내기 안유신씨와 가정도 꾸린다. 그는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결혼 준비는 미리 다 해 놨다”면서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고 내년엔 올림픽 금메달을 반드시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도 응원과 각오의 메시지를 보냈다. ”금메달 꼭 따오세요. 저도 열심히 운동해서 형처럼 훌륭한 국가대표가 될게요.“

대전=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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