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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 영상을 직원들에게 생중계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집권 3년 차 첫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2년의 평가와 함께 향후 과제를 밝히는 가운데 강한 어조로 정치권을 비판해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 여야 대표회담과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개의 형식과 의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줄다리기와 기 싸움에 문 대통령이 가세했으니 말이다. 청와대의 여야 5당 대표회담 및 여야정 협의체 제의에 대해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의 1대 1 회담과 국회 교섭단체인 3당만의 협의체를 역제안한 상태다. 그런 만큼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야당도 불필요한 시비를 자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적 포용국가와 신한반도 체제’를 국정 비전으로 제시한 후 “촛불 이전과 이후, 정치권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며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버려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막말 등으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도 없다”고 톤을 높였다. ‘민심투쟁 대장정’에 나선 한국당 황 대표가 연일 정부를 좌파독재로 몰아붙이고 막말을 일삼던 나경원 원내대표가 비속어인 ‘달창’ 운운하다 논란에 휩싸인 것을 지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당장 여야 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5당 대표회담이 원칙이라고 말하면서도 “뭐가 무서워 1대 1 회담을 피하느냐”는 황 대표에게 거부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5당 회담 후 개별 회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당이 ‘선 개별회담, 후 5당 회담’을 주장하며 패스트트랙 철회 등 여권의 양보만 고집하는 점이다.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열리는 개별 회담은 한국당에 ‘굿판’만 차려주는 꼴이니 청와대의 거부감도 이해된다 .

하지만 올해 들어 국회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한 우리 정치는 회담의 선후나 형식, 유불리를 따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 우선 답답한 쪽은 청와대와 여당이라고 해도, 국민의 삶을 팽개친 한국당의 장외 투쟁에 국민이 염증을 느끼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당이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고, 여권이 국정 성과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조건 없는 정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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