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노무현 10주기' 추도식 참석, 풍산그룹 역할 컸다

입력
2019.05.13 13:51
지난 2006년 故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美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6년 故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美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3일 경북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한 데에는 국내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의 물밑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부시 가문과 인연이 깊은 풍산그룹 측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노무현재단에 추도식 참석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추도식 준비 과정에 관해 잘 아는 익명의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풍산과 관련한 다른 일정차 방한하면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고자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카운터파트너로서 인연이 있었다"며 "노무현재단이 초청한 것은 아니지만, 추도식 참석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식에 오는 것은 일단 확정된 상태"라며 "이번 주 중후반 정도에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류진 풍산 회장은 자타 공인 '미국통'이다. 선친인 류찬우 회장이 생전에 미 공화당 인사들과 격별한 관계를 형성한 것을 계기로 최근까지 부시 가문과 빈번하게 교류해왔다.

류 회장은 지난해 12월 '아버지 부시'로 불린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 미국대사 등과 함께 조문 사절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류 회장이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은퇴한 아버지 부시와 노 전 대통령 간의 대화를 주선했고, 아버지 부시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아들에게 '노 대통령과 잘 맞을 것이다. 대단히 좋은 사람이다'라고 조언한 일 역시 잘 알려진 일화다.

당시 아버지 부시의 측면 지원 덕분에 한미정상 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부시 전 대통령의 대북 강경론도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의 이번 추도식 참석이 과거처럼 미 조야 주요 인사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의지를 전달하는 일종의 채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식 외에 외교당국자 등과 공식 면담하는 자리는 별도로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으로서 한미 양자채널에 직접 관여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다만 추도식에 여권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현 한반도 정세와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공유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노무현재단은 부시 전 대통령이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추도사를 낭독하는 방안, 그가 노 전 대통령 사저인 '대통령의 집'에서 권양숙 여사와 환담을 나누는 방안 등도 열어놓고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풍산 관계자는 "부시 전 대통령이 무슨 일정 때문에 방한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추도식 참석 배경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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