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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브래드 멜다우(가운데)에게 피아노는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다. 이들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한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빌 에번스와 키스 자렛의 뒤를 잇는 재즈 명인,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49)가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공연은 26일. 이번엔 어떤 즉흥 연주로 한국 관객에 즐거움을 줄까. 이메일로 멜다우를 먼저 만나 봤다.

◇멜다우가 팔에 용 문신한 이유

모던 재즈계의 유명 피아노 연주자인 브래드 멜다우는 2014년 1월 ‘이상한’ 꿈을 꿨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던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느닷없이 그의 꿈에 나왔다. 호프먼은 헌법 책을 읽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꿈을 꾼 뒤 2주 후 멜다우는 깜짝 놀랄 비보를 접한다. 2012년 영화 ‘마스터’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호프먼의 사망 소식이었다. 멜다우에게는 기이한 경험이었고, 이 일은 그의 머릿속을 한동안 맴돌았다. 이 경험에서 나온 영감을 멜다우는 악보에 옮겼다.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멜다우 트리오)의 최근작 ‘시모어 리즈 더 칸스티튜션!’(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ㆍ2018)이 나온 배경이었다.

“호프먼의 팬이었죠. 영화 ‘부기 나이츠’(1998)에서 그가 맡은 성인영화 감독 스코티까지 좋아할 정도로요. 꿈에서 들은 호프먼의 노래를 듣고 그 감정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멜다우의 말이다.

꿈에 나와서였다고는 하나 어느 장르보다 무대에서 자유로운 재즈 음반 제목에 헌법이 들어가다니. 멜다우는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혼란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지금) 헌법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반이민정책과 백인우월주의 등의 행보로 미국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꼬집는 듯 보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멜다우가 이끄는 멜다우 트리오는 서울재즈페스티벌 둘째 날(26일) 무대에 오른다. ‘친한파’ 뮤지션 중 한 명인 그에게 한국 관객은 각별하다. 멜다우는 “‘초록빛의 트리오’란 표현과 함께 녹차 사진을 올려 우리의 음악을 맛과 시각으로 표현한 한국 팬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가 클로드 모네의 아련한 풍경화 같다면, 멜다우의 연주는 열정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잭슨 폴록의 그림 같다. 뜨겁고 자유분방한 연주자는 오른팔에 용 문신을 새겼다. 멜다우에게 용은 “세상 사람들의 광기를 모아둔” 상징이다. “음악은 그 용(광기)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팔에 세상의 광기를 담은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는 하얀색 건반을 휘몰아치듯 연주한다.

1994년 데뷔한 멜다우는 경계를 허물어왔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을 재해석해 클래식한 연주 앨범(‘애프터 바흐’)을 낸 그는 영국 유명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히트곡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등을 편곡(앨범 ‘라르고’)하며 대중음악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멜다우가 찰리 헤이든(1937~2014), 팻 매시니 등과 협연한 앨범들은 재즈 마니아들 사이 ‘필청 음반’으로 통한다. 지난해 헤이든과의 라이브 공연 연주 앨범을 낸 멜다우는 “찰리는 수백 개의 농담으로 날 웃긴, 내가 아는 가장 유머 있는 사람”이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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