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장관이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한 배경은

입력
2019.05.12 17:45
수정
2019.05.12 18:5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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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왼쪽) 일본 관방장관이 9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왼쪽) 일본 관방장관이 9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 1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스가 장관의 미국 방문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그의 외교 데뷔전을 중계하고 있는 배경이다.

스가 장관은 9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패트린 셰너핸 국방장관 대행을 차례로 만났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미일 양국의 공통된 입장을 확인했다. 또 미국 측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납치문제 담당장관을 겸하고 있는 그는 1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 국제사회에 납치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일 밀월관계를 재확인한 수준이었지만 일본 언론들은 후한 평가를 내렸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2일 “스가 장관이 무난한 외교 데뷔를 치렀다”며 “자민당에서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사람으로서 존재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미국이 이례적으로 환대한 배경에는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라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아사히(朝日)신문은 “무난하게 넘기긴 했지만 ‘인사 외교’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과 주미 일본대사관이 그의 외교 데뷔를 감안해 미국 정부에 요인과의 회담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총리관저의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관방장관이 해외를 방문, 상대국 주요 인사들과 회담한 사실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2003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중일관계가 악화하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회담한 사례밖에 없다. 이번 방미에 외무성과 방위성 소속 40명이 수행한 것도 ‘포스트 아베’를 염두에 둔 일본 정부의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일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 발표로 그의 지명도가 올라간 것도 배경이다. 당시 TV 생중계를 통해 ‘레이와 아저씨’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호감도가 높아졌다. 1989년 헤이세이(平成)를 발표한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당시 관방장관이 훗날 총리가 된 전례도 그의 총리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스가 장관의 부상이 오히려 자민당의 인재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납치문제 담당장관을 겸하게 된 것은 자민당 총무회장으로 발탁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장관의 후임을 찾지 못한 탓이다. 또 수년째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등이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주요 원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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