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 낙태 금지법 저항 수단으로 성 파업?

입력
2019.05.12 17:00
수정
2019.05.12 2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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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개주 제정ㆍ10여개주서 발의

미투 운동 배우 행동 촉구 트윗에 “남성 중심 성인식 강화” 반론도

미국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낙태 금지법에 항의해 성관계를 거부하자며 주장하며 올린 포스트.
미국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낙태 금지법에 항의해 성관계를 거부하자며 주장하며 올린 포스트.

“여성이 신체 자율권을 되찾을 때까지 성 관계를 거부하자.”

‘미투(Me Too) 운동’에 앞장서온 미국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조지아주 등 미국 일부 주에서 확산되고 있는 낙태 금지법 제정에 항의해 ‘성 파업(Sex Strike)’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이 성을 무기로 남성 중심 사회에 항의하자는 취지지만 페미니스트 진영 내부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반론이 나오며 논란이 뜨겁다.

밀라노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생식권(Reproductive Right)이 없어지고 있다”며 “여성들이 우리 자신의 몸에 대한 법적 지배권을 가질 때까지 우리는 임신의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며 남성들과의 성관계를 거부하는 성 파업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미시시피, 오하이오 등에 이어 최근 조지아주에서도 제정된 후 나왔다. 미주리, 테네시 등 다른 10여개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돼 있고 앨라배마주에선 강간 등 예외 규정도 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최근 주하원을 통과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임신 후 24주까지는 중절을 선택할 헌법적 권리를 인정했으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트럼프 정부 들어 보수적 인사들로 재편된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 의회 차원에서 낙태 금지 법안 입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낙태금지 법안에 대해 위헌 소송도 잇따라 결국 대법원에서 낙태 논란이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성 파업을 촉구한 밀라노의 트윗 제안은 보수 진영의 낙태 금지 입법화 물결에 저항하자는 것으로 3만 여개의 답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성 파업은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라시스트라테’에서 익살스럽게 다뤄진 내용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두 나라 여성들이 단결해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한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밀라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3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여성들이 내전을 반대하며 성파업을 벌이는 등 역사적 사례를 거론하며 “지금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라노의 트윗에 대해 성 파업이 ‘여성이 성을 제공하고 남성은 이를 소비한다’는 남성 지배적 성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페미니스트 작가인 이마니 갠디는 트윗에 “성파업이 여성이 남성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성 관계를 한다는 가부장적 인식을 강화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밀라노가 또 우스꽝스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트윗 이용자는 “성 파업은 일종의 금욕인데, 이는 정확히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고 “낙태에 반대하기 위해 더 많은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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