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신임 韓ㆍ中 대사에 대한 일본의 관심

입력
2019.05.12 16:14
수정
2019.05.12 2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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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표, 문 대통령 최측근 판단에 양국관계 개선 기대감

쿵쉬안유는 대표적 지일파 “중 정부의 일 중시 반영” 해석

남관표 신임 주일대사가 지난 9일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으로 일본에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남관표 신임 주일대사가 지난 9일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으로 일본에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남관표 신임 대사가 선물을 들고 올 수 있을까요?”

최근 한일관계를 잘 아는 일본 기자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 가운데 한국대사 교체가 양국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남 대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역임한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란 점에서 우리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남 대사가 지난 8일 서울에서 가진 일본 언론 대상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들이 현재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제 부임이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남 대사 부임을 전후해 일본에서도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외교부 관료 중 ‘재팬 스쿨’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측근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1992~1995년 주일 한국대사관 근무 당시 그가 일본의 서민생활을 알기 위해 나카노(中野)구 변두리 지역에 자택을 마련한 일화를 곁들여 보도했다.

같은 시기 일본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대사가 한 명 더 있다. 차기 주일 중국대사로 내정된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특별사무 대표다. 쿵 부부장은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주일공사 등 일본 체류경력이 15년인 대표적인 지일파다. 그의 기용을 두고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정부의 ‘일본 중시’ 현상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본 언론 대상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대일 메시지 발신에도 적극적이었다. 조선족 출신인 쿵 부부장이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대표였다라는 점은 최근 대북관계 개선에 나선 일본 입장에선 기대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 9년간 대사로 근무하면서 중일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청융화(程永華) 전 중국대사의 후광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하면 남 대사가 처한 환경은 오히려 험난하다. 지난 1일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측은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를 신청했고, 다음달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한계로 일본 정부와 언론의 쿵 부부장에 대한 관심에 비해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 대사는 청와대 안보실 2차장 시절 전면에 나서기 보다 조용히 움직이는 스타일을 보여 왔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국면에서 양국간 핫라인 역할을 맡았다. 공교롭게 중국 측 카운터파트가 쿵 부부장이었다. 남 대사는 그 해 11월 문 대통령 방중에 앞서 수 차례 중국을 오가며 양국 입장을 조율한 바 있다. 수많은 난관 속에서 그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소통 채널을 확보하고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대해 도쿄 외교가가 주목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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