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드라이빙의 매력과 오픈 에어링의 매력을 품은 ‘미니 JCW 컨버터블’

입력
2019.05.10 07:46
미니 JCW 컨버터블은 3세대 미니의 매력과 단점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미니 JCW 컨버터블은 3세대 미니의 매력과 단점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No, More MINI

최근 새로운 미니를 시승하면 머리 속을 채우는 문장이다. 그렇다. 요새 미니는 좋은 부분이든 나쁜 부분이든 좀처럼 미니다운 고유의 매력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에 만난 미니 JCW 컨버터블도 그런 존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럴까? JCW라는 제법 짜릿한 엠블럼 앞에서도 무척이나 덤덤했다. 물에 퉁퉁 불어난 것처럼 보이는 너무도 우람한(?) 체격을 보고, 그렇게 스티어링 휠을 쥐게 되었다.

과연 미니 JCW 컨버터블은 어떤 가치를 전할 수 있을까?

3세대 미니가 몸집을 불리면서 미니 JCW 컨버터블 또한 그 체격이 커지게 되었다. 물론 커졌다고 해봐야 3,874mm에 불과한 전장이며 또 전폭과 전고, 휠베이스 또한 각각 1,727mm와 1,415mm 그리고 2,495mm로 다른 차량에 비해 작은 편이다. 다만 기존의 미니가 워낙 컴팩트했던 만큼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비례’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감각적인 존재, 그리고 오픈 에어링

3세대에 이르게 된 미니는 분명 커졌다. 물론 다행이라고 한다면 체격이 커진 것뿐이지 미니 고유의 감성을 드러내는 요소들은 고스란히 계승하고 또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요소들은 한층 개선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물에 대해 개인에 따라 반응이 상반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3세대 미니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갖는 편이 아니다.

미니 고유의 얼굴에 JCW 특유의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내는 프론트 그릴과 바디킷은 충분히 매력적인 스타일과 LED로 그 소재를 바꿨지만 여전히 미니 특유의 앙증 맞은 얼굴을 구성하는 헤드라이트 또한 그대로라 무척 반갑다. 다만 이전의 미니처럼 ‘작은 도화지’ 안에 옹골차게 채워진 느낌이 아닌 어딘가 흩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면에 비해 측면은 전체적인 균형감 부분에서는 좋은 느낌이다. 말 그대로 기존의 미니의 체격을 고스란히 키워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조금 길다는 느낌이 있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은 편이라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다.

여기에 스포티한 감성이 드러나는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의 조합도 매력적이며 차체 위를 덮는 소프트 톱 상단에는 유니언 잭 패턴이 자리한다. 이를 통해 미니의 계보가 영국에서 시작되었음을 온 몸으로 과시하는 모양새다.

후면 디자인도 영국의 감성을 한껏 드러낸다. 유니언 잭을 강렬히 새겨낸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JCW 고유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바디킷을 조합했다. 참고로 차체 중앙부에 듀얼 타입의 머플러 팁을 적용해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한껏 살렸다.

스포티한 감성을 담아내다

미니 JCW 컨버터블의 실내 공간은 기존의 미니 컨버터블과 유사하지만 JCW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원형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좌우 대칭 구조의 실내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미니 고유의 디자인 요소와 함께 실내 공간의 최적화를 이끌어 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게 익숙했던 계기판 역시 이제는 스티어링 휠 뒤쪽이 자신의 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미니와 다르게 JCW의 역동성, 강렬함을 강조하기 위해 붉은색 디테일과 체커드 패턴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확실히 드러낸다.

센터페시아 상단은 원형의 형태 안쪽에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하고, 심플하면서도 원형의 형태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버튼 및 다이얼 등을 활용해 그 공간의 효율성을 과시한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도 독특한 스타일로 다듬어진 버튼 및 스위치 등을 적용해 미니 고유의 독특한 감성을 한껏 강조했다.

미니 JCW 컨버터블의 시트 구성은 무척이나 스포티하게 다듬어진다.

시트의 전체적인 형태 있어서는 미니 쿠퍼 S 등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소재의 활용성에서 한껏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낸다. 시트의 높이는 준수하지만 시트가 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다만 헤드룸, 레그룸은 충분히 여유로운 드라이빙 포지션 확보가 가능하다.

2열 공간은 답이 없다. 키가 188cm인 기자가 시트 포지션을 앉고 2열 공간을 보고 있자면 ‘적재 공간’ 외에는 사용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물론 체스터 가죽의 고급스러운 감성이나 착좌감을 고려한 시트 디자인은 미니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적재공간도 ‘존재에 의미’가 있다. 톱을 벗겼을 때 차체 위쪽으로 노출되어 적재되는 방식임에도 트렁크 공간이 소프트 톱 개폐 여부에 따라 적재 공간이 달라진다. 소프트톱의 개폐 유무를 떠나 기본적인 공간 자체가 작기 때문에 적재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작은 가방 하나 정도는 적재할 수 있다.

231마력의 퍼포먼스를 품다

미니 JCW 컨버터블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231마력과 32.7kg.m의 토크를 내는 2.0L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중심을 잡는다. BMW의 330i나 530i 등에 적용되는 2.0L 트윈파워 터보 엔진의 ‘디튠’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 6단 스포츠 변속기를 조합하고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미니 JCW 컨버터블은 정지 상태에서 6.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240km/h에이른다. 이와 함께 공인 연비는 리터 당 11.1km의 복합 연비를 갖췄고,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0.2km/L와 12.6km/L로 체급 대비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다루기 좋은 미니, 그래서 아쉬운 미니

JCW의 도어씰 플레이트를 넘어 시트에 몸을 맡기자 한층 넓어진 1열 공간에 괜스레 3세대 미니 쿠퍼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잠시 후 고개를 돌려 2열 공간을 보면 ‘결국 미니는 미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스포티한 감성의 시트에 몸을 맡기고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걸어 엔진을 깨웠다.

엔진을 깨우면 제법 존재감이 느껴지는 사운드가 전해진다. 단연 JCW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실제 실내 공간으로 들려오는 사운드는 상당히 풍성하고,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예상하게 만든다. 이윽고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2019년의 기준으로 본다면 정지 상태에서 6.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건 그리 우수한 수치는 아니다. 어지간한. 2.0L 터보 엔진을 품은 차량이라고 한다면 체급을 가리지 않고 구현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미니라는 작은 그릇에서는 가속의 정도보다는 ‘가속 시의 쾌감’이라는 매력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을 때 귀로 들려오는 사운드도 상당히 풍부하고, 앞으로 이끄는 느낌도 제법 신선하고 경쾌하다.

주행을 계속 이어가면 발진 가속이나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 등 모든 것이 준수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의 미니, 그리고 미니 JCW들이 선보이던 고-카트의 감성이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음이 명확히 드러나 ‘No, More MINI’라는 문구를 다시 한 번 선명히 새기게 되었다.

6단 스포츠 변속기는 제 몫을 다한다. 기본적인 변속 반응이나 체결감 그리고 부드러운 동력 전달 등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고속 주행에서 다단화의 이점을 가져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미니와 BMW의 구분을 짓기 위한 브랜드의 선택이고 또 6단 변속기는 그 만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조금 더 강렬한 맛을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3세대 미니가 과거의 미니에 비해 한층 부드럽고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뽐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미니 마니아들이 실망을 했지만 반대로 대중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JCW는 다르다. 확실히 기존의 JCW나 미니들에 비해 부드럽고 안정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JCW라는 이름에 걸맞은 탄탄하고 역동적인 존재감이 주행 내내 느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타이트한 스티어링 휠 시스템과 짧은 오버행 덕분에 코너 안쪽을 파고드는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데 이전보다 확실히 부드럽고 차분하게 다듬어진 느낌이라 조금 더 대중적인 JCW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제동 성능도 한층 능숙해져서 JCW의 차체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점이 인상적이다. 직선 구간을 끝내고 코너 진입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으면 차량의 후미가 살짝 흔들리는 감각이 이전의 JCW에서 느껴졌는데, 보다 다루기 좋고 차분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픈 에어링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시승 내내 날씨가 제법 좋은 편이라 소프트톱을 자주 개방하게 되었는데 톱을 모두 벗기더라도 실내 공간으로 불필요한 외풍이 들이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따로 윈드 블록을 설치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그 만족감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리고 끝으로 시승을 하며 자유로를 달리며 그 효율성을 확인해보았는데, 소프트톱을 개방한 상태에서 자유로를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리터 당 18.4km에 이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주행 기록은 주행 시간 36분, 주행 거리 51km 그리고 평균 속도 86.4km/h로 일반적인 자유로 주행과 동등한 기록이다.

좋은점: 이전보다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JCW의 존재감

아쉬운점: No, More MINI에 대한 재확신

이해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

미니 JCW 컨버터블은 만족하지만 또 아쉬움이 있다. 미니 JCW 컨버터블은 분명 과거보다 더욱 빨라졌고, 또 매력적인 주행 성능 품고 있다. 게다가 오픈 에어링의 매력, 그리고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이뤄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큰 매력을 선사한다.

하지만 아쉬움 또한 분명하다. 체격을 키웠지만 결국 공간의 가치가 없는 2열 공간과 결국 과거의 매력이 하락한 건 외면할 수 없는 약점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들에게 판매되어야 하는 미니에겐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자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보인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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