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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 미국 3.2%, 한국 -0.3%로 대비
경제성적 반영 文정부 지지율 반토막 ‘휘청’
집권 3년 맞아 국정 로드맵 전면 리셋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 기념해 더불어민주당이 9일 문 대통령의 미니어처가 들어간 스노볼 등 ‘문재인 굿즈’를 출시해 전시했다. 이 기념품은 13일부터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국정지지율이 취임 100일 이후 가장 높은 43%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인종, 이민정책, 외교 등에서 깎아먹은 점수를 경제가 일거에 만회한 덕분이다. 그의 성적표는 1분기 3.2%(연율) 깜짝 성장으로 압축된다.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3.6%로 집계됐고, 인플레는 2%를 밑돌며, 노동생산성도 2.4% 대폭 상승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신고립주의 슬로건 아래 대외적으로 보호무역, 대내적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트럼프의 ‘꿩잡는 게 매’ 전략이 통한 셈이다. 경제 분야 지지율 56%엔 반트럼프 세력도 적잖이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반면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을 공격해온 민주당은 곤혹스럽다. ‘너무 나간다’는 부정적 반응이 50% 가깝게 늘어나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진영이 크게 고무될 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 트럼프는 트위터에 27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를 승리로 이끈 선거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다(It’s the econmy, stupid)’를 올리고 “기억하라”고 외쳤다. 그의 비서실장은 한술 더 떠 “4년 전보다 더 살기 좋아졌나요. 쉽고 간단합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입니다”라고 떠벌렸다.

취임 2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사회 원로 12인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가 참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손엔 적폐청산, 다른 손엔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 아래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평등ㆍ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에 힘을 쏟아왔는데, 도처에서 “방향과 속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등 J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던 올 1분기 성장률은 -0.3%로 뒷걸음질해 10년 만의 최저 불명예를 안았고, 50조원 이상 퍼부은 일자리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꼴이 됐다. 촛불을 왜곡한 내로남불 정치는 여의도를 전쟁터로 만들어, 여야는 동반자는커녕 원수가 됐다. 문 대통령은 국내정치의 불화가 모두 야당의 외면과 비협조 때문인 것처럼 얘기했으나 협치가 말로 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어떨까. 취임 1년까지 8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하던 지지율은 지난해 말부터 고꾸라지기 시작, 최근 40%대 중후반대로 추락했다. 집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선득표율(41%)에 근접해 긍ㆍ부정이 역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제점에 가깝던 경제 성적을 가려주고 메워줬던 북한 비핵화 외교ㆍ안보 성과가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모래성처럼 무너진 까닭이다. 지난해 이맘 때 노벨평화상 얘기가 나왔을 때 “상은 트럼프에게 주고 난 평화만 받겠다”고 김칫국을 마신 것이 민망할 정도다.

이 지점에서 문 대통령이 새겨들을 얘기가 있다. 올해 초 한 여권 고위인사는 “누구와 만나도 대화 주제는 경제가 80%, 평화와 적폐청산이 20% 정도인데, 대통령의 얘기는 평화가 80%이고 나머지가 20%”라며 “대통령과 국민의 관심이 다른 것도 문제지만, 포용성장 등 새 길을 가려면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는 등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데 저항세력에 밀리지 않겠다는 오기와 의욕만 넘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본래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정치를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과 만난 원로들이 “경청하고 공감한다고 했지만 고지식한 고집이 더 느껴졌다”며 실망하는 것도 따져볼 대목이다.

1년 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천정부지였고 트럼프는 바닥을 헤맸다. 지금 트럼프는 야당을 조롱하며 재선 가도를 치닫고 있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싹쓸이를 이끈 문 정권은 인사ㆍ정책의 자충수를 거듭하며 자유한국당을 키운 탓에 부메랑을 맞고 있다. 양자를 가른 것은 한마디로 경제 성과다. 삶이 고달프면 적폐청산도, 개혁도, 평화도 다 꼴보기 싫은 법이다. 빨리 ‘리셋(reset)’하고 보다 실용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11개월 뒤 총선에서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비주류인 이인영 의원이 친문 후보인 김태년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민주당 원내대표가 된 작은 반란의 의미도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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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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