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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와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무역분쟁에서 역전 승소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2월 일본 손을 들어줬던 1심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2심제인 ‘WTO 위생·식물위생협정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건 사상 처음이다.

2011년 3월 11일 대규모 쓰나미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했다. 사고 직후 인공방사능 물질인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플루토늄, 제논 등 31개 핵종이 유출됐고, 사고 5일 후 일본 후생성은 반감기 1년 이상인 세슘, 플로토늄 등을 규제 대상 핵종으로 정했다. 이번 WTO 결정으로 2013년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등 23개국·지역의 후쿠시마현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1947년 수출 촉진을 위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체결했다.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둬 잠정 수입도 규제할 권한을 부여했다. 나라마다 이 규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못지않게 ‘WTO/SPS 협정문 제5.7조’에 근거해 2013년 9월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의 전면수입금지 임시특별조치’를 취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기준을 국제기준인 세슘 1,000Bq/㎏보다 10배 엄격한 수준(100㏃/㎏ 이하)으로 관리하며,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라도 검출되면 추가 검사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식품에 설정된 세슘 검출 상한치 100Bq/㎏은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때 노출되는 선량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한 번의 CT 촬영은 100 Bq 수준으로 오염된 식품 10㎏을 100년간 매일 먹을 때 노출되는 세슘량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의 엄격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반발해 일본은 WTO 분쟁해결기구에 우리나라를 제소했다. 이에 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외 식품 방사능 오염 연구자료, 국제기구 식품안전관리 원칙과 사례 등을 분석하는 등 적극적 근거와 논리를 펴왔다.

앞서 1심은 과학적 위해성평가에 기반 한 식품 안전관리 원칙에 따라 ‘수산물 자체에서 방사성 세슘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으므로 수입규제는 협정 위반’이라고 판결해 일본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2심 WTO가 오염수의 지속적 방출에 따른 오염 환경이 식품에 끼치는 잠재적 위험성, 자국민의 심리적 공포로부터 보호하려는 주권 주장, 비정상적인 폭발사고에 의한 예외적 조치, 한국의 일관성 있는 원자력 규제 등을 동시에 고려해 이전의 식품 자체와 과학적 근거에만 의존하던 위해성 평가를 뛰어 넘은 ‘통합 식품안전성 평가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WTO 승소는 우리를 누른 후 다른 나라를 추가 압박하려던 일본의 기고만장한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그 원동력은 향상된 우리 외교력도 중요했지만 식약처 등 정부의 전문성과 대응능력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WTO 승소는 외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한 것에 불과하다. 방사능에 대한 일부에서의 잘못된 오해를 잠재워야 할 때다. 정부는 국민 안전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국익을 챙기는 ‘전략적 표시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위해정보전달 전략의 대대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난 8년 동안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품 방사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WTO 승소로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정부의 확고한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품안전의 날을 맞아 WTO 수산물분쟁 승소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식약처,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 안전당국을 비롯해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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