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거기야?] “인생 뭐 꼭 대책 있나” 쌈, 마이웨이 그 야경

입력
2019.05.10 04:40
수정
2019.05.10 14:3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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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빼어난 도심 속 산동네, 부산 범천동 ‘호천마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서 촬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한 장면.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서 촬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한 장면.

“인생이 뭐 꼭 대책이 있어야 되니? 모르고 가는 맛도 있는 거지(고동만-박서준 분)”, “사고 쳐야 노다지도 터지지(백설희-송하윤 분)” “남들 뭐 먹고사는지 안 궁금하고?(김주만-안재홍 분)” “내가 서 있는 여기가 메이저 아니겠냐?(최애라-김지원 분)”…

“다같이 짠~”하며 네 주인공이 잔을 치는 장면의 배경에 야경이 펼쳐지면서 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끝을 맺는다.

2017년 KBS에서 방영된 ‘쌈, 마이웨이’는 대형 스타들이 출연하지 않고, 소소한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마지막 회 시청률이 13%를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다. 세상이 보기에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성장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였다.

등장인물들이 평상에 술상을 차려놓고 모여 앉은 곳은 드라마에서 서울의 한 ‘산동네’로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서 촬영됐다. 주인공들이 사는 ‘남일빌라’ 옥상에 집주인 몰래 평상 하나 놓고 만든 그들만의 ‘남일바’에서 바라본 호천마을의 야경은 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고스란히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친구와 함께 경남 창원에서 온 김영근(25)씨는 “낮에 본 전망도 좋은데 밤에 다시 와서 야경을 보니 전혀 다른 즐거움이 있다”면서 “청춘의 특권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촬영지인 부산 범천동 '호천마을'의 야경. 부산진구 제공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촬영지인 부산 범천동 '호천마을'의 야경. 부산진구 제공

‘호천마을’의 데뷔(?)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야경 촬영 명소로 사진가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나있던 이 곳은 ‘라이프 온 마스’ ‘제3의 매력’ ‘그냥 사랑하는 사이’ 등 여러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호천마을의 이름은 마을 중간에 흐르는 골짜기(범내골 또는 호계)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난다는 데서 유래했다. 마을의 전체적인 형태는 ‘감천문화마을’과 비슷한 산 중턱에 있는 ‘산동네’라고 할 수 있지만 부산의 중심인 서면에서 버스로 일곱 정류장만 가면 되는 도심 속 ‘산동네’라 더욱 이색적이다.

최정란 부산진구 문화위생과 계장은 “국내 방문객은 물론이고 한류 영향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외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드라마 현장을 관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요 나라의 현지 1인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전 세계에 드라마 ‘쌈 마이웨이’와 호천마을을 소개하는 홍보 영상을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도록 해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또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일본 현지판매 1위 한류 잡지 '한류피아'에 호천마을이 소개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옛 정취와 낭만적 야경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던 작은 마을이 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 1월에는 호천문화플랫폼까지 만들었다. 이곳을 알린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재현한 세트장을 새롭게 꾸몄다. 평상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이 꿈을 안주 삼아 청춘을 이야기하던 '남일바'를 그대로 재현한 것. 드라마 속 장면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과 소주병 소망등 달기 등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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