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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노동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케이더 공장 참사에서 '구조'된 바트 심슨 등 인형 제품들. 그 화재로 저 인형들을 가지고 논대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나이의 여성 노동자 146명이 숨졌다. 2bangkok.com

미국 뉴딜시대의 노동장관을 지낸 프랜시스 퍼킨스가 노동 인권운동에 투신한 계기였던 1911년 3월 뉴욕 트라이앵글 의류공장 화재 참사는 146명(여성 123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82년 뒤인 1993년 5월 10일 태국 케이더(Kader) 완구공장 화재 참사 땐 공식 집계 188명(여성 174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뉴욕 화재보다 훨씬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근년의 참사였고 사고 양상도 참혹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저 참사와 뉴욕 참사를 소재로 뉴질랜드 음악인 돈 맥글래션(Don McGLashan)이 2006년 만든 노래 ‘Toy Factory Fire’의 가사에는 “태국서 화재사고는 아프리카에서 버스끼리 부딪치는 것만큼이나 대단찮은 사고여서 저녁 6시 뉴스에도 안 나올 정도”라는 구절이 있다. 90년 9월 유독가스를 실은 트럭 전복 사고로 91명이 숨졌고, 5개월 뒤 다이너마이트 운송 트럭 사고로 171명이 숨지는 등 그 무렵 태국서 대형 참사가 빈발하긴 했다. 하지만 그런 사정 탓만은 아닐 것이다. 케이더 공장은 태국 최대 다국적 그룹인 짜웬포크판(Charoen Pokphand) 그룹이 소유ᆞ운영한 곳이었다. 당시 공장서는 디즈니사와 미국 완구회사 마텔(Mattel) 등이 발주한 봉제 완구와 심슨 가족의 플라스틱 인형 등을 만들고 있었다.

불은 10일 오전 10시 공장 한 동의 1층에서 시작됐다. E자 형으로 배치된 4층짜리 4개 동 공장은 운송 편의를 위해 1층은 완제품과 자재 저장 창고로 운영됐고, 2~4층이 작업장이었다. 화학섬유와 플라스틱에 번진 불은 금세 빌딩을 휘감았고, 대피가 시작된 20여 분 뒤엔 이미 빌딩 전체가 불길과 유독가스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중 한 동은 제품 도난을 방지하느라 1층 주 출입구마저 잠가둔 상태였다.

돈 맥글래션은 뉴욕 참사 공장주에게 이입해 가사를 썼다. 후렴구는 아내와 아이들의 볼을 물들이는 맨해튼의 석양과 참사 당시 불길의 사진을 대비하며, 슬그머니 사진을 감추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우리’같은 이들이 이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참혹한 과거를 감춰 잊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노래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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