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성분 변경 2년 전 인지… 커지는 식약처 ‘부실 허가’ 책임론

입력
2019.05.07 04:40
8면

안정성ㆍ효능 의문 제기에도 검증보단 제약사 주장 되풀이

“엉터리 허가 책임 피하려 해” 의료ㆍ노동계 시민단체 비난

허가 당시 성분과 달라 판매가 중지된 코오롱생명과학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허가 당시 성분과 달라 판매가 중지된 코오롱생명과학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를 도입한 세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이 정도 효능을 위해 사용하기엔 위험성이 크지 않은가 생각된다.” 지난 2017년 4월 무릎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앞두고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이 같이 지적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에 대해 “본 제품 1상 시험 대상자는 이미 7년 이상 장기 추적 결과가 있으며, 아직까지 종양 발생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위원이 “구조 개선이 아니라 증상만 좋아지는 정도의 효과를 가진 약물을 유전자치료제의 위험성까지 안고 실제 환자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식약처 관계자는 “본 제품의 임상시험은 IKDC 및 VAS 등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관절염 평가변수를 사용하여 증상 개선을 평가해,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인보사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위원들이 잇따라 의문을 제기했지만 식약처는 제약사의 주장과 같은 설명만 되풀이한 것이다.

이 회의는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티슈진)이 인보사의 주요성분이 허가된 세포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바로 다음달에 열렸다. 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이미 2년 전에 알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약심위에서 식약처가 철저한 검증보다는 제약사 입장에서 해명에 급급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인보사 사태’의 식약처 책임론이 더 확산되고 있다. ‘국산 바이오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 인보사 허가과정을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래픽 박구원 기자
그래픽 박구원 기자

6일 코오롱에 따르면 티슈진은 2017년 3월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시험 3상을 시작하려고 새로 선정한 생산업체 론자로부터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결과, 2액 성분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티슈진 직원은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에만 집중한 나머지 검사결과를 본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최근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가 관련 내용을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취소 소송내용에 포함시켰고 지난 3일 코오롱 역시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는 설명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일부러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당시 담당자(현지인)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야 사태를 파악했다는 코오롱의 기존 해명이 무색해졌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실 검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14일 코오롱이 티슈진 관련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하고 20일쯤 미국 현지의 임상시험 1~2상 당시의 인보사 제조업체였던 우시 등을 현장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에 따르면 거짓 내용으로 받은 품목허가는 취소할 수 있다”면서도 “거짓이 맞는지 확인해야 나중에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노동계가 구성한 범 시민단체 연합인 ‘무상의료 운동본부’(약칭)는 식약처가 검증을 핑계로 엉터리로 허가를 내준 책임을 피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코오롱은 티슈진과 단 하나뿐인 상품(인보사)를 공유하는 사실상 하나의 회사나 마찬가지인데 혼입을 몰랐을 리 없다”면서 “설사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가 쓰였으니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가 취소부터 하고 고의성 여부는 검찰이 따져야 하는데 허가를 내줬던 식약처 스스로 검증하겠다니 진실 규명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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