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선 안 넘었다" 대화 재개 메시지

입력
2019.05.06 15:54
수정
2019.05.06 19: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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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모라토리엄 위반’에 선긋기… “미사일 발사 위반 여부 ICBM에 초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대화 재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북한의 판 흔들기에 휘말려 군사적 긴장 조성으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기존 제재 외교 틀 내에서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ABC, CBS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발사체에 대해 “데이터를 평가 중이다”면서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활동 중단)을 위반한 것이냐’는 질문에 “한번 봐야겠다”면서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아니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발사에 대해 "국제적 경계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며 “발사체가 북한의 동해에 떨어져 미국이나 한국 또는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 위협을 애써 무시하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희망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고, ABC 방송에서도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한 기회가 여전히 있다고 믿는다”며 “이번 행동이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협상에 복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CBS 방송 인터뷰에서도 “외교를 넘어서는 어떤 것에 의지하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으로 여전히 믿는다”며 외교적 해법을 통한 북핵 해결을 강조했다.

이 같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로 사실상 백기 항복을 받을 때까지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조성은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실패 논란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조속한 대북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 의도 역시 미국 내 여론을 교란해 트럼프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돼 북한의 노림수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렛대로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이끌려는 트럼프 정부로선 대북 외교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자국 내 여론 악화를 피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잇단 인터뷰에서도 제재 유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수단임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 함께 북한의 영양 실조 문제를 거론하면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재 해제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인도주의적 지원은 허용된다”며 “제재는 북한 주민이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만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지는 미지수지만 대북 상황 악화를 막고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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