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여권과 전면전 부담에… “수사권 조정 부당” 여론전 펼 듯

입력
2019.05.06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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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순방 도중 귀국한 문 총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 강조 

 “긴박하게 대응하지는 않겠다” 청와대·여권과의 갈등 확산은 피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는 검찰이 전면전과 여론전 사이 갈림길에 섰다. 계속 반발을 지속하며 청와대와 여당에 각을 세울지, 직접 반발을 자제하고 대국민 호소에 주력할 지를 고민 중이다. 일단은 내부 조직을 추스르면서, 수사권 조정의 부당함을 적극 설득하는 전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여권이 처리 중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냈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연휴기간 별도로 내부 회의를 열지 않고 물밑에서 조직 내 여론수렴 작업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 뒤 첫 출근일인 7일 간부회의를 열어 내부 의견을 들은 뒤 구체적 대응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달 29일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특정한 기관(경찰)에 통제 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4일 해외 순방을 끊고 귀국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수사권 조정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필요시 사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문 총장은 이날 발언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긴박하게 (대응)하지는 않겠다”며 청와대ㆍ여권과의 갈등이 더 심해지는 상황은 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상세히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혀, 경찰 권한이 커지게 되는 수사권 조정안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임을 예고했다.

검찰총수 발언의 방점이 ‘반대’에서 ‘설명’으로 옮겨짐에 따라, 일각에서 예고됐던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나 검찰총장 사퇴 등의 ‘검란’ 가능성은 일단 낮아진 상태다. 예정됐던 7일 기자간담회는 일단 보류됐지만, 대검 안팎에선 문 총장이 이번 주중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과 그 동안 논의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 총장은 이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안을 설명하는 한편, 검찰의 수사 독점 문제를 줄이기 위해 최근 검찰이 특별수사(특수) 부서를 지속적으로 폐지하며 직접수사 총량을 줄여온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실제 문 총장은 울산지검과 창원지검에서 특수 전담부서를 폐지하고 전국적으로도 특수수사 부서를 43개 없앴다.

검찰 내부적으로도 이번 사안이 검ㆍ경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수뇌부가 직접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검찰 간부는 “당장 국민들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임에도 정작 국민들은 법안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조직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가 왜 반대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나 법무부 장관에게 항명하는 것으로 비칠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 총장 귀국(4일) 이전에는 검찰 내부망에 종종 수사권 조정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문 총장의 공식 입장이 나오자 검사들의 의견 표명은 잠잠한 상태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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