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진드기’에다 일본뇌염, A형 간염까지 기승

입력
2019.05.06 2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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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 탓에 ‘계절성 감염병’ 많아져

외출 후 손 꼭 씻어야 감염 예방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가 올해 첫 발생하는 등 계절성 감염병이 유행할 조짐이다. 일본뇌염은 1~12세 때 무료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가 올해 첫 발생하는 등 계절성 감염병이 유행할 조짐이다. 일본뇌염은 1~12세 때 무료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지난 2일 올 들어 첫 발생했다. SFTS는 2013년 이래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866명의 환자가 발생해 20%(174명)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 이른 더위 탓에 작은빨간집모기가 지난달 5일 발견되면서 일본뇌염주의보도 내려졌다. 2015년부터 뇌염주의보 발령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4~6월에 집중 발생하는 A형 간염도 유행하고 있다. 계절성 감염병이 공포를 일으킬 정도다.

◇SFTS 치료제 없어 치명적

참진드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SFTS를 인간에게 감염시킨다. SFTS는 4~11월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린 뒤 6~14일 잠복기 후 38~40도 고열과 구역질,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과 무기력증,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는 감염병이다.

고령 여성이 농사일을 하거나 임산물을 채취하다 많이 감염된다. 채준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참진드기는 우거진 풀숲ㆍ야산에서 주로 살지만 서울 도심 공원ㆍ뒷산 등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많이 퍼졌다”고 했다. 집 밖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도 참진드기에 물릴 가능성이 높다.

SFTS는 예방백신과 표적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야외 활동할 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긴 옷을 입고 보호장구를 착용한다. 작업복과 일상복은 구분해 입고 논밭에서 일할 때 소매를 단단히 여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좋다.

진드기 기피제도 도움된다.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말고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은 가지 말아야 한다. 귀가 후 옷을 털고 즉시 목욕한 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국립보건연구원 조사(2015)에 따르면, 진드기에 물리는 곳은 대퇴부 부근(18.6%), 무릎ㆍ오금 등 하퇴부(13.6%) 등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FTS는 일본에서 일부 약제(favipiravir)가 실험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아직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기퇴치 국민행동수칙7 질병관리본부 제공
모기퇴치 국민행동수칙7 질병관리본부 제공

◇일본뇌염, 1~12세 무료 예방접종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지난달 5일 제주에서 발견돼 일본뇌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본뇌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 왜가리의 피를 빤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 사는 작은빨간집모기가 감염시킨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도 환자 99%는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그러나 열이 나고,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을 보이다가 급성 뇌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신경장애, 운동장애, 혼수상태, 뇌전증 등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급성 뇌염 환자의 20~30%가 목숨을 잃기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일본뇌염에 걸리지 않도록 야외 활동 시 밝은 색 긴 바지와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줄여야 한다. 진한 향수나 화장품을 쓰면 모기를 유인할 위험이 있다. 모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된다. 정부는 1~12세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4~6월에 집중되는 A형 간염

올해 A형 간염 환자는 4,000명에 가까워 지난해 감염자(2,437명)를 훌쩍 넘어섰다. A형 간염은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가는 전염(경구 감염)이기에 야외활동이나 단체활동이 잦은 4~6월에 집중 발생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15~45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식욕감퇴, 구역질, 구토, 전신 쇠약감,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황달 등 간 기능 이상으로 한 달 이상 입원 치료할 수도 있다.

그러나 A형 간염에 감염돼도 6살 이하라면 절반 정도는 증상이 없다. 증상도 열감, 피로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해 모르는 채 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6살 이후에 걸리면 70% 정도가 피부나 눈의 하얀 부분이 노랗게 물드는 등 황달을 동반하는 전형적인 간염 증상이 생긴다. 고령일수록 증상이 심각해지며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산이나 열에 강하다. 다른 바이러스는 75도 정도로 가열해도 죽는다. 하지만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 가열하거나 수돗물처럼 소독한 물을 마셔야 문제가 없다.

외출 후나 식사 전에 손을 철저히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면 음식과 용기를 따로 써야 한다. 이상헌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간담췌내과 교수는 “A형 간염은 오염된 손을 통해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손 씻기로 개인위생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A형 간염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A형 간염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A형 간염 환자의 85%는 20~40대 환자다. 이들은 어린 시절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와 A형 간염에 감염된 적이 없어 자연 항체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예방법="">

-예방백신이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고의 예방법

①긴 팔, 긴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하고 소매는 단단히 여미고 바지는 양말 속으로 넣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②풀밭 위에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해 햇볕에 말린 뒤 보관한다.

③산책로ㆍ등산로 등 지정된 경로 이외 장소에 들어가지 않는다.

④작업ㆍ야외활동 시 기피제를 쓰면 도움된다.

⑤외출 후 옷은 반드시 세탁하고, 몸을 씻는다.

⑥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에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살핀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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