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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지정 후폭풍… 20대 총선 앞 문재인-김무성 대표 회동과 대조적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자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파행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랐다. 이들 사안은 오랜 개혁과제들로 여론의 지지가 높다고 여야 4당은 믿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수(數)의 폭거’라며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일부 삭발투쟁도 감행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 충돌과정에서 남발한 무더기 고발을 거두지 않을 태세인데다, 양측 지지층은 상대 정당을 해산하라는 국민청원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패스트트랙 국면의 각당 이해득실과 주요 장면을 평가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와 이에 대한 한국당의 육탄저지 원인을 돌아보면 선거법 개정을 위해 지난해 말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빼놓을 수 없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합의였는데 여야 4당과 한국당 중 어느 쪽이 약속불이행 책임이 있다고 보나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불과 5개월전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합의를 했습니다. 당시 합의문에는 비례대표의 확대와 지역구 의석 비율, 의원 정수, 지역구 선출 방식 등에 대해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는 선언이 담겼죠. 당연히 나경원 대표의 서명도 들어갔고요. 합의서에 서명만 했을 뿐이지 한국당은 이후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이렇다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어요. 당의 안을 내라는 압박이 거세지자 오히려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기본 방향과 정 반대 되는 안을 들고 나왔죠. 협의를 하기보다 판을 깨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밖에요. 어렵게 도출한 합의문은 물론이고 논의 과정에서 무성의의 극치로 일관한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꿈쩍도 않던 한국당 쪽에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데 합의한 것 자체가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졌죠. 4선 의원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그걸 모르지도 않았을 테고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부터 '검토한다는 거지, 도입하겠다고 한 게 아니다'라고 발을 빼더니 자체 안조차 내놓지 않았죠. 내부에서조차 "안이라도 내놔야 할 말이 있지, 안도 내놓지 않고 버티면 역풍만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컸을 정도니까요. 결국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야 4당이 어느정도 받아줄 수 있을만한 안을 처음부터 내놨으면 어땠을까요. 지금부터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은 없었겠죠.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정치권_신동준 기자

불나방=최종적인 다수결의 정치가 맞는건가요, 제1야당을 배제한 여당의 독선이 문제인가요.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이 특히 꼴사나웠던 이유는 국회가 막장으로 흐르는데도 지도부 간 대화 시도가 없었다는 거예요. 설상가상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문희상 국회의장도 입원으로 부재 중이었고요. 투쟁 전면에 나섰던 원내대표 간 만날 상황이 못됐다면 당 대표들이 나서서 풀었어야 했는데 그런 움직임조차 없었어요.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이해찬 대표와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가 양극을 달려서인지, 장인상을 마친 황 대표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광화문 장외집회였고, 정치경력이 훨씬 많은 이 대표 역시 직접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한국당 의원들 채증에 나섰다며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죠.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10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공천제와 안심번호 도입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추석 연휴에도 부산에서 회동했던 것과 대조적이죠.

탐구생활=선거제는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제1야당을 배제한 논의 자체가 사실 말이 안되는 일이죠. 물론 물리력을 행사한 건 비난받아 마땅하고요. 정치력의 부재로 최악의 막장 국회를 만든 데 대한 비판에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만 패스트트랙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 만회할 기회가 온거죠. 국민의 비판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면 이제 감정을 누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면 됩니다.

불나방=한국당은 격렬한 물리적 저지에 나섰고 회의장 복도에 드러누워 육탄방어했죠. 그러나 정작 여야 4당이 별도의 회의실 두 곳에서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열자 별다른 저항없이 이를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보였어요. 왜 그랬나요.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한 여당 측의 무더기 고발에 위축된 건가요.

꺼진불도=공수처법 등이 발의되기 전에 했던 투쟁들은 아무래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회의방해’에 해당되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의안과 법안 제출을 막은 것은 엄격히 따지면 법안 제출 방해이지, 회의 방해는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법안이 제출된 상태라면 엄격한 법 적용을 받을 테니 육탄저지할 상황은 못됐던 거지요.

찍고=처음부터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겁니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면서 저지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의심받을테니 회의장 앞을 막아서는 건 당연한 전략이고요. 다만 국회 안에만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30곳이 넘습니다. 이를 모두 틀어막는 건 무리고, 한국당도 그걸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4당이 기습 회의를 여는 대신 한국당이 막아서고 있는 회의실에 자꾸 진입하려하니 "진짜 회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 선진화법으로 걸려는 의도"란 불만이 나온 거죠. 한국당은 오히려 여야 4당이 처리를 목표로했던 날만이라도 강행을 저지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잘 싸웠다"는 분위기입니다.

불나방=결론적으로 선거제개편안 등이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에 오르면서 각당의 이해득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요.

꺼진불도=친박ㆍ비박계가 서로를 할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던 한국당은 모처럼만에 내부 결속을 다졌다는 게 큰 성과예요. 한국당 내부에서 “우리 당이 이렇게 단결이 잘 됐던 적이 있었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고무적인 상태예요. ‘웰빙정당’ 소리를 들었던 한국당이 예상외로 끈질기게 투쟁하면서 야성을 찾았다는 평가도 있어요. 다만 국회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될 정도의 형량을 받는다면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거예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민주당은 집권 중반기에 숙원사업인 검찰개혁을 이뤄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처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성과죠. 다만, 이게 진정한 개혁이란 치적으로 평가 받으려면 정부안을 고집해선 안 되고 성가신 한국당과도, 검찰과도 논의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법안을 뜯어보면 범죄 단죄와 국민의 인권침해 방지가 과연 제대로 될까 의구심을 주는 대목도 적잖이 있습니다. 이번 패스트트랙을 계기로 여야 4당 연대가 계속될 듯한데 이런 국회 내 고립 상황을 한국당은 극복해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은 과연 패스트트랙이 당 지도부가 아닌 당 전체 차원에서 좋은 건지 의문입니다. 극심한 내홍으로 두 동강 날 판이니까요.

불나방=20대 국회 전체 보이콧 얘기까지 나왔는데 한국당의 출구전략은 없나요.

E구역=현재 스스로 출구전략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하나 그런 기대치는 높지 않은 듯해요. 결국 민주당이 다음주 8일 원내대표 후임 선출 뒤 한국당에 국회 복귀 명분을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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