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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포일러가 무서워서 식당 가기도 겁나요.”

미국 영화 마블 시리즈는 꼭 챙겨보는 직장인 이정석(가명·28)씨는 요즘 스포일러와의 전쟁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가급적 접속하지 않는다. 이씨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결말을 퍼트리는 스포일러도 많아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빨리 영화를 봐야 이 괴로움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기준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가 스포일러 때문에 새로운 관람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영화 관련 영상을 피하고, 인터넷 접속을 줄이는 등 마블 팬 중심으로 ‘스포일러 경계령’이 떨어진 것이다. 해외에서는 예비 관객들이 결말을 외친 한 남성을 폭행한 극단적인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SNS에 올린 스포일러 방지 캠페인. SNS 화면 캡처
 영화관 근처 식당 ‘스포 자제’ 공지도 

스포일러의 수법은 기상천외하다. 온라인 뉴스 댓글에 결말을 적어놓거나, 지하철에서 아이폰 무선통신기술인 ‘에어드롭’을 이용해 주요 내용을 노출하기도 한다. 한 대학의 중간고사에서 스포일러를 적은 답안지가 나왔다는 온라인 제보도 나왔다.

이에 예비 관객들은 영화의 주요 내용을 듣지 않기 위해 영화관 인근 식당이나 카페 이용까지 자제하기도 한다. 몇몇 식당과 카페는 스포일러 자제를 당부하는 공지 글을 내붙이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어벤져스4 스포 방지법’을 설명한 글도 확산되고 있다. SNS 활동을 자제하고, 온라인 뉴스와 댓글 확인을 피하고, 영화를 보기 전까진 친구와의 만남도 자제하라는 조언이다. 한 네티즌은 “집 앞 카페 주인이 영화 스포일러 때문에 문을 닫고 영화를 보러 갔다”며 카페 안내문 인증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화제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도 스포일러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23일 SNS 공식 계정을 통해 “타노스는 여전히 당신의 침묵을 요구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스포일러 방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어벤져스4를 연출한 안소니ㆍ조 루소 형제 감독은 16일 SNS에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하는 공개서한을 올렸다. SNS 화면 캡처
 해외에선 스포일러 집단폭행 사태까지 

해외 팬들도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만 TVBS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영화관 앞에서 한 남성이 줄을 서 있는 예비 관객을 향해 결말을 외쳤다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이 관객에게 맞는 영상은 SNS에 퍼지기도 했다.

한 유명 풋볼선수는 SNS에 감상평을 썼다가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다. 70만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버펄로 빌스 소속 선수 리센 맥코이는 SNS에 감상을 남기면서 결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언급했다. 또 그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의 동영상도 게재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10년을 공들인 마블의 대작을 망쳤다”며 그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퇴출 운동을 벌였다.

‘어벤져스4’를 연출한 안소니 루소, 조 루소 형제 감독은 16일 SNS에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하는 공개서한을 올렸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마음, 영혼을 이 이야기에 투자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관객의 도움을 요청한다”며 “앞으로 몇 주 안에 ‘어벤져스4’를 본 후 다른 이들에게 스포일러 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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