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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 지휘권 폐지 ‘검경 협력관계’ 명시… “영장은 여전히 檢 통제”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개특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홍인기 기자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며 검경이 수십 년간 힘겨루기를 해온 수사권 조정도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 염원을 이룰 수 있는 시한이 정해졌다는 점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완전한 수사권 조정을 위해선 향후 입법 과정에서 조정안의 세부 방안들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 정부안은 사개특위 산하 검경소위를 통해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 발의), 검찰청법 일부 개정안(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으로 재탄생했다.

2개 법안에는 검경 수사권의 핵심 내용이 두루 담겼다는 평가다. △검경 협력관계 명시 △검찰 수사 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 부여 △검찰의 영장 불청구 시 경찰의 청구 심의 신청 등이 골자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최장 330일 안에 본회의에 상정되므로, 검경과 여야는 약 1년간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세부조항들을 논의할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진 것이어서 과거처럼 검찰이 경찰 수사를 이유 없이 뭉갤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본회의에 상정되는 최종안에는 검찰의 수사 지휘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찰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에 ‘협력관계’로 명시된 검경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 것으로 나와있지만, 실무가 이뤄지는 수사 현장에서는 지휘권이 발동될 수 있는 조항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 같은 충돌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개정안이 100%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영장청구권이 여전히 검찰의 독점 권한이라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헌법에 영장청구권은 여전히 검찰의 권한으로 돼 있어 이번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경찰은 영장 등 여러 부분에서 검찰 통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았을 경우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심의를 신청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사가 직접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명시한 ‘중요 범죄’의 범위(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범죄 등)를 추후 논의 과정에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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