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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58) 씨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다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입증하는 데 아직 유의미한 진술을 내놓았다고 평가하기 이르지만, 앞으로 그의 태도에 따라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26일 오후 1시 윤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씨 소환 조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로, 수사단은 두 번째 조사를 마친 지 13시간 만에 다시 윤씨를 불렀다.

그는 지난 23일 오전 검찰에 소환됐으나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며 진술을 거부하다 2시간 10분 만에 돌아갔다.

지난 25일에는 "이번 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하고 수사단 조사실이 있는 서울동부지검 청사로 들어간 뒤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동안 조사받았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가 진척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 혐의에 대한 의미 있는 진술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전날 조사에서 원주 별장 성관계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조사에서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검찰 수사에서 공식적으로 진술한 적은 없었다.

윤씨는 2007년 11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찍힌 성관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과 김 전 차관이라는 점 역시 인정했으나, 성범죄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윤씨 조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사진을 확보했다. 2006∼2008년 두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A씨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이 사진을 확인한 뒤 사진 속 여성이 자신이며 남성 2명은 김 전 차관과 윤씨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윤씨가 동영상과 사진을 자신이 찍었고,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공소시효 문제가 남는다.

수사단은 사진·동영상이 2007년 12월 이전에 찍혔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수강간 혐의는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 이후 벌어진 사건만 기소할 수 있다.

성범죄 관련 진술이 명확하고 동영상·사진 등 관련 증거의 등장인물이 특정된다 해도 2007년 12월 이후 특수강간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윤씨가 A씨 주장처럼 2008년 1∼2월 A씨의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성범죄가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혐의에 대해 입을 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는 이미 경찰·검찰에서 여러 차례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그 과정에서 원주 별장 동영상 촬영 시점을 2007년 8∼9월에서 2007년 12월, 2008년 1∼2월 등으로 번복해 2013·2014년 검찰은 진술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지금까지 윤씨는 단 한 번도 김 전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관련 진술을 내놓은 적이 없기에 공소시효에 쫓기는 수사단에겐 윤씨의 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수사단은 이날 윤씨를 대상으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그간 김 전 차관은 별장에 간 사실이 없으며, 윤씨를 알지 못한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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